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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14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북한 간 정상이 만나는 방식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독일 외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지난 정권에서 남북한 정상이 만난 데 이어 노무현(盧武鉉) 정부도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그래야 다음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는 6자회담과 연계하거나 병행해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하반기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으며,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하반기 이전’은 8월 15일 이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김 전 대통령 측이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하지 못하고 물러나면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 문제에 대해 많은 점수를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계좌 송금 문제가 해결돼 6자회담이 급진전하면 남북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남북정상회담은 6자회담과 병행할 필요는 없고, 더욱이 6자회담보다 뒤로 해서는 안된다고 김 전 대통령은 강조하고 남북한이 남북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도 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대북 정책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하고 국민이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집권한다고 해도 대북 화해 정책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독일을 방문한 김 전 대통령은 오는 16일 베를린 자유대학이 정치, 사회, 학술분야에서 자유의 이상 실현을 위해 헌신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제1회 자유상’을 받는다.
자유상 시상식에서 김 전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연설하며, 리하르트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 한스-디트리히 겐셔 전 외무장관,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등이 축하사절로 참석할 예정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독친선협회 소속 정치인, 외교관들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 등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독일 현지 언론과 회견한 뒤 18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인 2000년 3월 9일 베를린 자유대학 연설을 통해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인 평화,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북한에 제안한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같은 해 6월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김 전 대통령은 이번 방독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