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평양 방문, 추진부터 다시 연기까지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방북이 21일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한 번 미뤄졌다.

DJ의 방북이 본격 추진된 것은 올해 벽두부터다.

김 전 대통령은 1월1일 동교동 자택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을 권유한 만큼 건강이 좋으면 갔다 오겠다”며 “가능하면 기차로 갔다 왔으면 좋겠다”고 밝힌 것.

하지만 그의 방북은 이미 작년 말부터 화두가 됐다. 지난 해 11월 이해찬(李海瓚) 총리와 정동영(鄭東泳) 당시 통일부 장관이 잇따라 방북을 권유한 데 이어 12월8일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DJ의 방북을 정부가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그 근거는 김정일 위원장의 초청이었다.

북측은 2004년 6월 ‘6.15 4주년 토론회’ 때를 시작으로 작년 6월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동영 당시 통일부장관을 만났을 때, 8월16일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DJ를 문병했을 때 방북을 초청한 바 있다. 초청의사가 세 차례나 전달된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권유는 작년 11월 이후 대북 금융제재 문제로 북미 사이에 대치 상황을 야기, 6자회담 재개가 불투명해지는 것과 때를 같이 해서 쏟아진 점에 비춰 DJ 방북을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로 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관측됐다.

그 후 2월 1일에는 정부가 ‘4월 중 철도를 이용해 방북하기를 희망한다’는 구상을 담은 DJ의 방북 의사를 이미 1월에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DJ가 희망한 4월 중하순은 김 위원장이 ‘좋은 계절’을 초청시기로 밝힌 것을 감안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그러나 DJ 방북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다는 등의 이유로 정치 공방에 휘말리면서 동교동측은 2월 20일 정치적 오해를 피한다는 이유로 6월로 미뤘다.

동교동측은 당시 “당초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민족 문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협의를 위한 것인 만큼 방북의 시기도 국민적 합의를 얻어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6월로 미룬 것이다.

DJ 방북에 대한 북측의 답이 처음 나온 것은 4월 21∼24일 평양에서 열린 제18차 장관급회담 때다. 당시 우리측의 DJ 방북 제안에 대해 북측이 기본적으로 의견을 같이 하고 곧 실무협의를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 때부터는 DJ의 방북 자격을 놓고 특사 논란이 심해졌고 이와 함께 방북 대가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지만 ‘개인 자격’이라고 동교동측이 거듭 강조하고 정부가 “이면 합의는 없다”고 하면서 다시 잠잠해지기도 했다.

방북 논의는 5월 5일 북측이 금강산에서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안해 옴에 따라 같은 달 16∼17일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 장관과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남북 실무접촉단이 1차 실무접촉을 가지면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는 최대 쟁점으로 꼽혔던 DJ의 열차 방북 희망을 놓고 북측이 비행기편을 이용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면서 방북경로에 대해 이견을 보였지만 6월 하순에 3박4일 간 방문하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

이어 5월 19일 개성에서 열린 2차 실무접촉에서는 6월 27∼30일 육로를 이용해 방북하는 데 원칙적인 의견 접근을 봤다. 그러나 ‘육로’가 도로인지, 철도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5월 13일에는 남북이 같은 달 25일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에 합의하면서 DJ의 열차 방북 가능성에 청신호가 됐지만 24일 북측이 시험운행을 무기 연기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열차 방북이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

더욱이 2차 접촉에서 그 다음 주에 갖기로 했던 차기 실무접촉에 북측이 응하지않으면서 북측이 DJ 방북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달 14일 6.15축전 개막식 특별연설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초청으로 머지 않아 북한을 방문하고자 한다. 김정일 위원장과 우리 민족의 운명에 대해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며 철의 실크로드 구축과 통일 방안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해 방북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이 때까지만 해도 방북계획은 강행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던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광주에서 열린 6.15축전 기간에 우리측은 방북 관련 요구사항을 북측에 전달했지만 북측은 “평양에 돌아가서 답을 주겠다”며 답을 미뤘다.

하지만 북한에서 로켓 발사 움직임이 진전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안팎의 정세가 악화되자 방북 계획은 또다시 커다란 암초에 직면한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DJ측 움직임은 급박하게 돌아갔고 20일 밤 동교동 자택에는 정 전 장관은 물론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까지 참석해 대책을 논의한 뒤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정 전 장관이 21일 6월 방북을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6월 방북 무산’으로 일단락됐다.

대북 실무접촉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돌출상황이 너무 크다. 북측이 뭔가 (미국과) 딜을 시도하고 있는 듯한 상황을 감안한 것”며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직접적 배경이 됐음을 확인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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