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DJ)이 11일 ‘6·15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독재자에 아부 말고 들고 일어나야 한다”며 현 정부를 ‘독재정권’에 비유한 것에 대해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나서 “이제 그 입을 닫아야 한다”며 맹렬히 공격했다.
12일 오전 청와대가 DJ의 발언에 이례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시한 데 이어 YS도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틈만 나면 평생 해 오던 요설로 국민을 선동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국민 몰래 혈세를 5억 달러나 독재자 김정일에게 상납하고 만난 것이 6·15정상회담인데 그런 굴욕적인 일을 기념해 행사를 한다는 것도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김대중, 노무현의 잃어버린 10년 동안 북한에 퍼준 돈과 물자가 7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그것이 핵과 미사일로 되돌아와 우리와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위중한 현실로 이런 안보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 바로 김대중 씨”라고 지적했다.
또한 “다 죽어가던 북한 독재자 김정일에게 사망 직전의 중환자에게 마약 투약하듯 엄청난 돈을 퍼줘 회생시킨 자가 바로 김대중 씨”라면서 “대한민국을 존망의 안보 위기 상태로 몰아넣은 자신의 크나큰 죄악을 인정하고 백배사죄해도 부족할 시점에 독재자 김정일을 살리기 위해 망발하는 것을 국민이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2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미사일을 난사한 국가위기 상황에서 김정일을 두둔하는 것은 김대중 씨가 공산주의자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김대중 씨는 자신이 저지른 엄청난 반국가 범죄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김대중 씨는 이제 자신의 입을 닫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조국을 사랑하는 국민이 그 입을 닫게 하고야 말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싸고 여야 대변인들간의 설전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전직 국가원수로서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오히려 침묵하는 게 옳다”며 “김 전 대통령이 분열과 선동의 길을 접고 국민 화합의 길로 언제 나서질지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조 대변인은 이어 “북핵 개발의 실질적인 지원이 되었던 일방적인 퍼주기의 책임에 대한 사과도 없었고, 북한의 도발이나 세습체제에 대해서는 한 마디 질책도 없었다”며 “진정으로 남북화해를 원했다면 이제라도 북한이 이성적으로 움직이도록 따끔한 훈수를 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공세에 민주당은 “전직 대통령의 고언을 폄하한 망언”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일궈낸 이 땅의 민주주의가 풍전등화에 처해있고, 남북관계는 파탄나고, 서민들은 악소리 날만큼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며 “나라를 이 꼴로 만든 데 대한 깊은 성찰과 단 한마디 사죄 없이 전직 대통령의 나라와 국민을 위한 충정어린 고언을 저질발언으로 비하하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