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북한을 몰라도 이렇게 모르나?

▲김대중 前 대통령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4월 방북이 6월로 미뤄져 안타깝지만 지방자치 이후에 가라는 여론이 많아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또 “북한경제가 늘어나면 중산층도 늘어나게 돼있고, 중산층은 민주화를 요구하게 돼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산업혁명 후 중산층이 형성된 유럽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을 사례로 들었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DJ의 이 한마디는 북한의 사회구조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이 현 김정일 정권 체제를 유지하는 한 중산층은 존재할 수 없다.

북한체제의 본질은 계급적 봉건제

유럽사회는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중산층이 늘어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봉건사회에서 자본주의를 뛰어 넘어, 초기에는 사회주의식을 추진했지만 얼마 지나 봉건 수령주의로 변질됐다.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로 이어지면서 봉건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북한은 아직도 봉건시대에 적용되었던 신분제 즉 개인의 출신성분을 기준으로 계급화 해놓고 있다. 주민들을 핵심군중(28%), 기본군중(45%) 적대군중(27%)으로 갈라놓았다.

핵심군중은 북한을 이끌어가는 계급으로 전 주민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핵심계층의 여러 부류 가운데 최고층은 이른바 ‘백두산 줄기’다. 이 부류에는 김일성, 김정일과 그의 가족 및 친척들, 항일빨치산 활동을 했던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포함되며 이들은 최고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백두산 줄기’ 다음은 당 중앙위원, 내각의 상(장관)급 이상, 노동당의 부부장급 이상, 군 대장급 이상 등 고위 관료와 군 간부들이며, 이들은 물자공급 등급에서 1등급을 차지하고 있다. 그 가족들 역시 각종 분야에서 물질적 특권을 누린다. 핵심계층의 주요 부류들은 대부분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에 살고 있다. 봉건시대 ‘양반계급’이다.

복잡군중은 위기상황에서 ‘수령옹위’를 믿을 수 없는 부류들로 분류된 중간계층이다, 일반 노동자·기술자·농민·사무원 및 그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제한된 수입과 배급으로 생활해 나가며 지방의 중소도시와 농촌에 살고 있다. 이들에게는 의료혜택 등 국가적 시혜가 충분하지 못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공민으로서의 권리가 제한되기도 한다. 요약하면 ‘상놈’들이다.

복잡군중은 ‘계급적 적대자’와 ‘민족적 적대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끊임없는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다. 이른바 불순분자, 반동분자들로 낙인찍힌 이들은 사회진출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 요약하면 ‘노비’와 같은 신세다. 이들은 강제노동·강제수용·공개처형 등 인권유린의 주요 대상이다.

따라서 김일성 김정일 정권이 그대로 유지하는 한 경제가 발전한다 해도 현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봉건사회에서 상놈이나 노비가 양반이 될 수 없었듯이 복잡군중이 핵심군중으로 될 수 없고 적대군중이 복잡군중으로 될 수 없다.

북 경제학자 중산층 주장, 빈말일 뿐

1980년 노동당 6차 당대회 이후 북한의 일부 경제전문가들도 인민들의 생활수준을 중산층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유일지도체제상 중산층 배출은 어렵다. 근본원인이 계급적 판단에 의한 사회적 차별 때문이다.

지금 북한의 현실은 탈북자들의 가족, 처형된 가족들이 많아 적대군중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적대군중이 중가하고 이에 대한 핵심군중의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이다. 복잡군중이 핵심군중의 틈을 뚫고 중산층에 들어서도 북한체제는 이를 또다시 적대군중과 핵심군중으로 찢어 놓기는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북한에 출신성분 제도, 계급적 차별정책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또 김정일 정권이 존재하는 한 중산층 배출은 요원할 뿐이다. 그래서 DJ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주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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