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부시가 내말 듣고 北과 직접대화”

김대중 전 대통령은 27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자신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제시했던 ‘대북 직접대화’와 ‘주고받기식 협상 원칙’을 수용해 6자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게 됐다고 자화자찬했다.

중국 선양(瀋陽)을 방문 중인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선양 랴오닝 우의빈관에서 열린 제2회 동북아발전포럼 개막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잘 진전돼 왔던 북미관계를 일거에 대립 국면으로 전환시켰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저는 1994년 5월 12일 미국 내셔널프레스클럽(NPC)에서의 연설 이래 ‘북한 핵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 북한도 동시에 모든 핵관련 프로그램과 자료와 시설을 완전히 공개하고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클린턴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북미관계가 급격히 진전되기 시작했다”며 “북미간 고위급 지도자가 워싱턴과 평양을 교환방문하고 마지막으로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통해 북핵 문제를 완결지을 단계에 이르렀지만,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버림으로써 문제는 다음 부시 대통령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체제의 변화까지 운운하는 부시 대통령을 (본인이) 간곡히 설득해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북한의 강경일변도 태도에 효과적인 대항수단을 갖지 못했던 부시 대통령은 결국 직접대화 원칙을 수용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을 중심으로 6자회담을 구성한 것은 늦었지만 잘된 일”이라며 “그간 6자회담은 중국의 인내심에 찬 노력과 현명한 리더십의 발휘로 한발 한발 성공의 길을 걸어왔다”며 중국의 역할을 추켜세웠다.

또 “이번에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한 것은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 크게 한 발을 내디딘 것”이라며 “테러지원국 해제로 1,2단계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앞으로 북핵 검증이라는 3단계만 남은 6자회담은 결국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6자회담의 향후 과제로 “동북아의 평화안보체제 구성을 성공시키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그리하면 한반도에 확실한 평화가 올 것이고 남북관계도 많이 개선될 뿐 아니라 중국도 안심하고 내정에 전념할 수 있게 됨으로써 동북 3성과 한반도의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협력은 크게 진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