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방북 연기… 순수성 훼손 우려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4월 방북 계획이 6월로 전격 연기된 이유는 너무도 명백하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이 20일 발표한 공식 입장에서도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6월중으로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미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해 왔다. DJ 방북이 선거 한달전 쯤에 이뤄져서 그 성과가 나오면 열린우리당이 이를 선거에 이용할 것이라는게 한나라당측의 주장이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당내 회의에서 “얼마든지 다른 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4월을 고집하는 것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공작”이라면서 “5월이 지방선거인데 4월에 방문하고, 대통령 전용열차편으로 방북하고, 정부 수행원이 따라가는 것은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여권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임채정(林采正) 의원은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된 뒤 치러진 4.15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천년 민주당이 패배한 것을 보더라도 더 이상 남북 문제가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한 데도 한나라당이 억지를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여권내에서는 “답답하다”는 기류도 있었다. DJ방북이 선거에 순풍이기 보다는 역풍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방북 시기는 전적으로 DJ가 결정한 것이며 여권이 관여한 바가 없는데도 오히려 야당에 정치공세의 빌미만 제공한 셈이 됐다는 것이다.

자신의 방북을 앞두고 연일 계속되는 정치 공방에 김 전 대통령측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DJ측근들은 여야 공방과 관련한 논평 요구에 “할 말이 없다”면서 “정치권에서 일어난 일은 정치권이 알아서 풀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최근 그런 김 전 대통령측의 기류에 변화 기미가 감지됐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자체에 대해서는 지지가 많았지만 방북시기와 관련해서는 ‘연기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도 기류 변화의 한 원인이 됐다. 최근 한 언론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4월 방북’에 대해선 14.2%만이 지지입장을 밝힌데 반해 ‘6월 이후’는 66.9%가 찬성할 정도였다.

여기에 민주당 일각과 호남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방북 시기를 늦추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건의가 잇따라 DJ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4월 15일이 태양절(북한 최대의 명절인 김일성 주석 생일)이라는 점에서 “DJ의 방북이 ‘태양절 축하사절’ 쯤으로 비치거나 격하될 우려가 있다”는 일부의 문제 제기도 부담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방북이 갖는 순수성이 정치권의 논란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고민하게 됐고, 지난 주말께 측근들에게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자신의 재임기간중 대북 문제에 대해 야당측이 ‘국민적 합의’를 강조했던 점도 DJ의 이 같은 결단이 있게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DJ의 방북 연기 결정으로 일단 정치 공방은 수그러 들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방북 연기 결정이 발표된 후 한나라당은 “환영한다”고 말했고, 여권은 “시기 문제는 전적으로 김 전 대통령의 뜻에 달린 것”이라며 “DJ의 고민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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