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방북 실무접촉, 북핵 반전 계기될까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6월 방북을 협의하기위한 우리측 실무접촉 대표단의 16일 금강산 방문이 주목된다.

작년 5월 16일 당시 이봉조 통일부 차관의 방북을 통한 남북 차관급 회담이 10개월에 걸친 북핵, 남북 대치를 뚫는 돌파구가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실무접촉역시 위폐와 인권으로 꽉 막힌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하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서다.

작년의 경우 북핵문제가 장기 교착되고 있는 상태에서 난데없이 북한의 2.10 핵무기 보유국선언이 터져 나오면서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던 북미관계가 팽팽한 대립 국면으로 치달았으나 차관급회담에 이어 ‘6.17 정동영-김정일 평양면담’까지 성사되면서 대립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한마디로 극적인 반전(反轉)을 이뤘던 것인데, 차관급회담에서 200만㎾ 전력지원을 골자로 한 우리 측의 대북 중대제안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7월 9일 북-중-미 6자회담 수석대표간 베이징(北京) 회동이 성사됐고 그 자리에서 8월 회담재개 합의가 이뤄졌다.

그 이후 두차례에 나눠 열린 4차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이라는 옥동자 출산이라는 결과를 맺었다.

정부는 이번에도 반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며 적어도 남북간에는 반전을 위해 ‘호흡’이 맞는 모양새다.

작년 11월 제5차 1단계 6자회담 이후 북한 위폐와 그에 따른 미 행정부의 대북 금융제재 등으로 북핵문제가 8개월여 교착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그런 대로 유지되어 오고 있으며 ‘6.17 평양 면담’에 비교될 수 있는 DJ 방북이 남북 당국간 협의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것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북한의 사정을 이해하는 코멘트와 함께 ‘많은 양보’를 언급하고 남북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9일 몽골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어 보인다.

금강산 실무 접촉단에 참석하는 남북 대표단의 면면도 예사롭지 않다.

특히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 장관이 단장을 맡고, 단원에 천해성(千海成) 통일부 남북회담사무국 운영부장이 포함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정 전 장관은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에서도 장관을 연임한 통일정책의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으며 천 부장은 6.15 정상회담에서 통일부 통일외교정책실 과장으로서 회담 의제와 관련한 실무전략을 짠 인물이다.

남북관계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유연한 대응으로 남북간 ‘합의’를 만들어낸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북측 수석대표로 나서는 점도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일단 실무접촉은 외견상 DJ 방북과 관련된 절차, 방북단의 규모, 일정 등 세부 사항을 협의하는 게 주목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동북아 지역의 최대 안보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핵 6자회담 교착의 원인인 위폐와 인권 등의 현안에 대해 북한의 양보를 ‘시원스럽게’ 이끌어낸다면 금강산 실무접촉은 북핵 교착국면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이 일고 있는 DJ의 방북 자격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정부는 특사가 아닌 ‘전직 대통령으로서 개인 자격’의 방문으로 정리하고 있으나 ‘6.17 평양 면담’에서도 면담 후 북한이 정동영 전 장관을 ‘특사’로 명명해던 점을 감안할 때 방북후 DJ도 그 신분이 특사로 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작년의 경우 북한이 문제의 핵심이었다면 올해는 변수가 더 많아졌다는 점에서 문제풀기가 더 어려워진 형국이다.
위폐 및 인권문제와 관련, 미 행정부가 근래 북한과 함께 중국도 과녁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서 거중 조정을 해온 중국의 역할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도 대북 협상파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북핵은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특히 미 행정부가 위폐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대북 금융제재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탈북자 6명의 망명을 수용한데 이어 추가 수용 의지를 비치는 등 대북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점은 우려스런 대목이다.

회담 불참을 고집하고 있는 북한 이외에도 미국과 중국 변수도 만만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또 미 행정부가 북한을 향해 위폐, 인권 압박이라는 채찍을 든 것과는 달리 ‘많은 양보’라는 당근을 수단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한국의 방침에 미국 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결국 종전에는 한중 양국의 공조로 북핵 교착의 돌파구를 마련해왔다면 이번에는 그 짐을 한국이 모두 지고 있는 모양새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DJ 방북 실무접촉은 정부가 교착 상태인 북핵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발휘할 것인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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