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말 한마디에 김정일이 감동했다는데…

▲ 김대중 전 대통령 ⓒ데일리NK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화자찬이 볼수록 가관이다.

김 전 대통령은 21일 CBS 라디오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에 출연, 2000년 6·15정상회담 당시 자신의 한 마디가 김정일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에게 “인생은 누구나 영원히 사는 사람이 없다. 또 높은 자리에 간다고 해서 영원히 가는 사람도 없다”며 “당신과 나는 남북을 대표하는 입장인데 우리가 마음 한 번 잘못 먹으면 우리 민족이 공멸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그러나 우리가 마음을 잘 먹고 평화를 유지하고 잘 협력해 나가면 우리 민족이 다같이 축복을 받을 것”이라며 “역사에서 높이 평가 받을 것”이라고 충고했다는 것.

김 전 대통령의 이 발언이 김정일의 마음을 사로 잡았는지 콧방귀를 뀌게 만들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그가 감동을 줘서 김정일을 바꿨다는 부분은 북한의 변화 정도로 드러나는 만큼 그 부분은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은 분단 이후 최초의 정상간 만남, 이산가족 상봉, 경협 확대 등의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5억 달러 송금’ 사건을 통해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정상회담 이후 남한 내에서는 한미동맹 약화, 남남갈등, 대북 퍼주기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2000년 이후 7년간 나타난 북한의 점진적 변화도 본인이 뿌리를 심은 ‘햇볕정책’의 영향”이라고 주장했다.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얼마나 세상이 변했느냐”며 “우리를 원수로 생각하고 미워하던 사람들이 남한과 평화적으로 살고 싶다고 하더니 마침내 문화적 변동이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에서는 알다시피 남쪽의 대중가요가 유행하고 TV 드라마가 (북에)오고 있고 심지어 영화관에도 보고 있다”면서 “이것만 봐도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게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고 자화자찬을 늘어 놓았다. 이 정도면 최근 불거진 ‘학력 위조’보다 죄질이 더 나쁜 ‘성과 위조’로 보인다.

지난 7년간 북한에 어떤 ‘평화적’ 변화가 있었나?

2002년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개발 의혹으로 촉발된 북핵 문제는 5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로 협상만 반복되고 있다. 2006년에는 미사일 실험 발사와 지하 핵실험으로 유엔의 제재를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모두 미국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또한 문화적 측면에서 북한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주장도 현실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것이다.

중국과의 교류가 늘어나며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커진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삼엄한 감시를 피해 외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김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감동한 김정일이 개방정책을 구사해서가 아니라 주민들이 정권의 단속을 무릅 쓰고 새로운 문물을 접하려는 욕구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북한 당국은 올해 신년사부터 각 교양 문건을 통해 “자본주의의 썩은 사상문화 침투는 공화국을 붕괴시키려는 적국의 음모”라고 강조하고 있다. 햇볕정책은 이러한 폐쇄정책을 사용하고 있는 북한 정권을 지원한 것에 불과하다.

이젠 고등학생들도 북한 당국과 주민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 당국은 핵을 보유한 채 폐쇄정책을 고집하지만 주민들은 개방의 소중함에 눈을 떠가고 있다.

자유를 향유하기 위한 북한 주민들의 간절한 몸짓마저 햇볕정책의 성과로 떠드는 김 전 대통령의 노욕(老慾)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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