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6일 “대북 퍼주기라는 말은 사실을 왜곡한 부당한 비방”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실패한 햇볕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6일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 8주년 기념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강연회’에서 “우리는 김영삼 정권 때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권까지 13년 동안 쌀과 비료 등 20억 달러 상당을 북한에 주고 무엇보다도 긴장 완화와 평화를 얻었다”며 “이는 연평균 국민 1인단 5천원 정도로 서독은 20년간 우리의 20배를 줬다. ‘퍼주기’라는 말은 사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비방”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이행을 다짐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며 “이명박 정권은 이전 정권의 대북 포용정책의 성과를 인정하고 이를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17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식은 북한이 친 금줄에 갇혀있다”며 “오늘처럼 적절치 못한 사례와 비유를 들면서 국민에게 버림받은 햇볕정책을 옹호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윤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논평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은 북한에 퍼 준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액수는 차치하고라도 그 돈이 김정일 위원장의 체제유지와 군비증강에 쓰였는가, 아니면 북한주민을 위해 쓰였는가”라며 “김 전 대통령은 한 번도 이에 대해 답변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에 서독이 동독에 많이 줄수록 동독 사람들은 공산당을 반대하게 됐다’고도 말씀했는데, 그러나 북한 사람들에게 조선노동당에 반대할 자유라도 있는가. 굶주림에 항거할 힘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의 측근을 대북특사로 보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서는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할 진사 사절단을 보내라는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이 대화에 나오라고 훈수할 요량이라면 북한을 향해 했어야 옳은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김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한 전직 대통령의 충고가 아니라 자신의 과오를 합리화하고 미화하려는 비겁함의 발로”라며 “자유선진당은 DJ의 이러한 발언이 진실을 호도하고, 삐뚤어진 대북관에 기초한 것이란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북한은 이미 2005년 2월 자신들이 핵을 보유한 국가임을 주장했고, 이듬해에는 핵실험을 감행했다”며 “과연 이것이 긴장완화와 평화라고 볼 수 있는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난 10년간의 대북지원이 ‘퍼오기’였다는 DJ의 주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조정식 대변인은 “햇볕정책은 전 세계가 인정한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이자 평화정책”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 원로의 고언을 받아들여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DJ의 발언을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