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美 한반도 균형자 역할에 김정일도 동의”

▲ 19일 정동영 대통합신당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연합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남북 평화를 유지하면서 협력을 계속해나가면 한반도 경제는 대륙경제로 팽창하게 되고, 그 발전이 서민의 행복과 연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햇볕정책’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현재 한반도는 대륙 진출이 막혀있어 반도가 아니라 섬”이라며 “한국이 대륙으로 통하는 길이 튼다면 유라시아 물류, 산업, 문화거점이 이어지면서 지식 기반에 걸맞는 세계 일류국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시켜 한반도에서 미국이 균형자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는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신 러시아, 중국, 일본과도 충분한 교류와 협력을 해야 한다. 통일은 이중 한 나라만 반대해도 결코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의 강의(?)는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을 향한 공세로 이어졌다. 그는 “97년 이후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판하는 분들이 있는데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민주주의, 경제, 평화, 지식 기반 사회, IT 측면에서 되찾은 10년이고 새로 창조한 10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의 공화당 후보였던 레이건과 민주당 후보였던 먼데일의 선거 대결을 들어 정 후보에게 대선 승리법을 코치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먼데일은 웅변가로 화려한 정책을 매일 발표하고 언론은 그를 대서특필한 반면 레이건은 감세와 기업 활동의 자유 등 2개만 자꾸 되풀이해 나중에 기자들이 그거 밖에 없냐고 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결국 레이건이 대승했다”고 했다.

그는 “정책은 항상 집약해서 되풀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너무 많이 한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연결시켜 국민들이 투표소에 갈 때 머리에 남아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정동영 후보는 “김 전 대통령께서 평생에 걸쳐 일궈주시고 1997년에 새로운 민주정부의 시대를 열어주셨는데 3기 민주정부를 꼭 만들어 보람을 드리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는 “12월 선거를 정책 선거로 끌고 가겠다. 서민 경제냐 재벌 경제냐, 평화냐 대결이냐에서 양자택일한다면 우리 국민은 서민 경제를 선택하고 평화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날 정 후보의 동교동 예방에는 신당 조세형 고문과 이미경 최고위원, 국민경선위원회의 양길승 위원장과 지병문 집행위원장, 대선기획단의 이강래 단장, 민병두·최재천 의원 등이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