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21일 “북한 체제의 생사여부는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통일연구원장에 취임한 서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결국 북한이 살 길은 미국과 국교정상화해서 국제사회에 편입하는 것이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중 ‘개방’도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80년대 말 이후 북한의 행보를 보면 국제사회에 편입하기 위한 몸부림의 역사였다”면서 “이 부분을 놓칠 경우 북한은 폐쇄주의 국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적인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생존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경우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처럼 미국가의 국교정상화를 북한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며 “폭과 속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국제사회에 편입되면 개방과 함께 경제도 발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 원장은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를 원하고 북한의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원한다”며 “이를 보면 북한의 체제 생존전략을 알 수 있는데 북한이 핵을 개발하게 된 동기도 결국 같은 차원”이라며 “핵을 개발하게 된 동기를 원천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새 정부의 ‘비핵화 전략’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핵문제 돌출로 대미관계가 악화되자 지난 10년간 남한과 활발히 교류해 왔지만, 최근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예상되자 남한과 관계를 속도 조절하는 대신 미국 등 서방과 거래하는 ‘통외봉남’(통미봉남) 전략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그러나 “북한은 남북관계를 소홀히 하면 북한에 절체절명의 과제인 북미관계도 잘 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또한 지난 10년의 대북정책에 대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지원은 김정일 통치자금의 지원인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개성공단 등 현재 남북 간에 거래되고 있는 부분은 그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은 현재의 김정일 정권과 같이 가자는 것”이라며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성과가 있었다면,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남북관계의 물길을 바로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정부에서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가 기여한 만큼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관계를 개선하자는 것”이라고 ‘물길 바로잡기’의 의미에 대해 부연했다.
경색 국면의 남북관계에 대해 “정부가 올해는 북한에 식량도, 비료도 보내지 않았지만 북한 농업 사정상 내년 상반기에는 비료가 들어가야 하므로 연말쯤에는 남북 간에 대화의 요구가 있다고 본다”며 “비료와 식량 문제를 매개로 대화가 되고 그게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한국 정부에 대북 식량지원을 공식 요청한 것과 관련, 그는 “정부는 남북관계 경색 상황에서 금강산 피격 사건까지 터져 대북 지원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는데, WFP가 요청에 아마 긍정적인 방향의 반응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호재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미국의 대북 정책 전망에 대해 서 원장은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동북아 다독거리기에 관심을 많이 기울일 것이고 북한과도 대화, 접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가 당선되면 부시 행정부의 초기 강경책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북한과 협상하는 방식으로 되돌아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