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착각, 완전히 도 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6박 7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어제(30일) 오후 귀국했다. DJ가 이번 미국 방문 동안 쏟아낸 말들을 보면 그의 자기도취와 아전인수가 이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방미기간 DJ는 아시아재단, 샌프란시스코대학, 스탠포드대학 등에서 연설했지만 내용이 거의 비슷해 시간과 장소는 생략하고 중요한 몇 가지 쟁점만 짚어보기로 하자.

DJ 가라사대, 한국에서 지원한 비료와 식량의 포대에 ‘대한민국’ 마크가 그대로 찍혀있어 이제 북한 주민들은 남한이 잘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들도 남한 사람처럼 잘 살기를 바라고 있고, 지금 북한에서는 남한의 TV 드라마, 음악 등이 전국에 비밀리에 유통되고 있다고 했다. DJ는 이것을 ‘햇볕정책의 성과’라고 나열하며 이러한 정책을 통해 ‘안으로부터 민심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감스럽지만 이는 DJ의 완전한 착각이다.

DJ 억지주장, 기가 막힐 따름

우선, DJ가 위에서 열거한 사례들은 햇볕정책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 비료와 식량의 포대에 ‘대한민국’ 마크가 그대로 찍힌 것은 그런 것을 뜯어낼 겨를도 없을 정도로 북한의 식량사정이 긴박하기 때문이며, 이는 남한 정부가 햇볕정책이 아니라 ‘태풍정책’, ‘얼음정책’을 폈어도 북한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을 것이다.

또한 탈북자들의 공통된 증언에 의하면 햇볕정책이 절정(?)이던 2002년까지도 북한 당국은 ‘대한민국’ 마크가 찍힌 포대를 뜯어내 북한 내부의 것으로 바꿔서 배급했으며, 그대로 유통된 것은 2~3년 사이의 일이다.

북한에서 남한의 TV 드라마, 음악 등이 비밀리에 유통되고 있는 것도 햇볕정책과는 인연이 없다. 모든 음악과 영상물은 북-중 국경지역을 통해 유입되고 있다. 오히려 햇볕정책 이후 한국 정부가 대북 심리전을 중단함으로써 이런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자기가 방해해서 효과를 퇴색시킨 일을 자신의 성과로 만들어버리는 DJ의 억지 주장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기회비용 계산도 못하나?

DJ는 또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산가족상봉, 민간인의 왕래, 금강산 관광 등을 통해서 4천 명의 북한 사람들이 남한을 방문했고, 이는 북한 사회에 남한의 현실을 알리는 데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 또한 햇볕정책의 성과란다.

물론 북한 고위층이 되었든 보위부 간부가 되었든 그 직계 가족이나 철저히 교육받은 사람이 되었든, 남한 방문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더 낫다. 그러나 그들이 북한에 들어가 미친 효과가 더 클까, 남한 사람들이 금강산과 평양의 ‘세트장’을 보고 돌아와 마치 북한을 다 알아버린 것처럼 환상을 심어준 효과가 더 클까. 당연히 후자다. 오죽했으면 <한총련>이 금강산 관광을 의식교육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겠는가. 여전히 북한에서는, 남한에서 보고 들은 것을 가족에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끌려간다는 사실을 DJ는 왜 언급하지 않나.

또한 북한 사람 몇 천 명이 남한을 방문하는 대가로 남한 정부와 각종 단체에서는 음양으로 상당한 ‘달러’를 지급했다. 금강산으로도 엄청난 돈이 바쳐지고 있다. 몇 천 명이 한국을 방문해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돌아간 ‘효과’와 그것을 위해 들어간 ‘비용’을 생각해보면, 기회비용이 너무도 크다. 그 ‘달러’는 오롯이 독재체제의 존속을 위해 쓰였다. ‘대중경제학’의 창시자 DJ는 이러한 초보적 손익계산도 못하는가? 그 비용을 북한의 인권개선과 체제변화를 위한 직접적인 일에 썼으면 더 엄청난 효과를 거두었을 것이다.

엉뚱한 사례에 역사 왜곡까지

나아가 DJ는 이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자기 맘대로 짜맞추는 궤변도 서슴지 않고 있다. DJ는 중국과 베트남, 쿠바 등의 예를 들며 미국은 이들 나라에 봉쇄와 전쟁 등의 방법을 썼지만 인권을 개선하지 못했다며 “공산주의 국가에 대해 압박과 비난 위주로 대했을 때는 인권 개선에 큰 성과를 얻지 못하지만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했을 때 완전한 민주국가로 변화하거나 억압체제에 상당한 개선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과 북한의 인권을 동일수준으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DJ가 정말로 ‘노벨평화상’ 감의 인도주의자라면 “왜 미국은 북한보다 대단히 양호한 중국의 인권문제에는 그토록 신경을 쓰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참혹한 북한의 인권문제에는 그보다 덜 신경을 쓰는가”라며, 미국의 인권정책이 대단히 정치적이고 이중적이라고 비판했어야 옳다.

또한 중국, 베트남은 스스로 개혁 개방을 선택한 사례이지, DJ의 햇볕정책처럼 “주다 보면 바뀌겠지” 하고 외부에서 퍼줘서 바뀐 나라가 아니다. 게다가 쿠바는 카스트로가 장기집권을 하고 있긴 하지만 북한처럼 심각한 인권탄압이 있지 않다. 북한처럼 외국에 식량 구하러 갔다가 돌아온 사람을 반역자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쿠바 난민은 오히려 쿠바 당국이 조장하는 측면조차 있다. 이런 나라들과 북한, 그리고 햇볕정책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고 엉뚱한 사례를 들고 나오는지 모르겠다. DJ가 자신의 박식함을 자랑하고 싶었나 본데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북한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는가?

덧붙여 DJ와 햇볕정책 맹신자들은 “2차대전 이후 공산권의 민주화나 인권문제는 외부의 인권이나 비판으로는 큰 진전이 없었다”는 말을 요새 즐겨 하는데,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른 이런 주장을 어찌 그리 당당히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대표적으로, 1980년대에 등장한 레이건 정권이 소련에 햇볕정책을 써서 고르바초프가 등장했고, 그래서 소련이 붕괴되었던가? 명백히 아니다. 레이건은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지칭하며 SDI(전략방위계획)를 추진하는 등 소련을 강하게 밀어붙인 끝에 공산주의의 역사적 패배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뻔히 지켜본 사람들이 왜 이제와서 모른 척 하나?

이상의 발언 이외에도 DJ는 북한 핵문제에 있어 미국이 먼저 경제적 보상과 체제보장을 해줘야 한다느니, 북한의 목표는 핵무기 보유가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수단이라느니, 남한은 지금까지 탈북자들을 계속 받아들여줬다느니 하는 엉뚱한 발언을 늘어놓았다. 이쯤 되면 일일이 대꾸할 필요도 없이 “DJ 햇볕정책의 어설픈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그냥 무시하고 넘겨야 할 것 같다.

<동아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방미에 앞서 자신을 예방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숙 북미국장에게 DJ는 최근 북한의 6자회담 탈퇴와 핵 보유 선언 등에 대해 “나도 북한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다. 왜 모르는가, 모두 당신이 만들어놓은 난장판인데!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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