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표현만 다르지 ‘햇볕정책’과 다를 게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보스턴에 위치한 터프츠대 찰스센터 다이닝 룸에서 90여 명과 오찬을 함께 하며 한 강연과 토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햇볕정책이라는 말만 사용하지 않았지, 사실은 햇볕정책과 거의 상통하는 말씀을 개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햇볕정책은 모든 것을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풀어가고 서로 공동승리하는, 윈-윈의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이 점에 있어서는 미국 부시 정권이나 이명박 정부나 저의 의견이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표현만 다르지 실제로는 같은 길을 가기 시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거부하던 정책을 시정한 것에 대해 “충심으로 환영”하며 “북.미 간의 주고받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전날 저녁 하버드대 강연에서는 “역사의 교훈, 저의 경험에 비추어 햇볕정책만이 공산주의를 성공적으로 변화시키는 길”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으로 인해 “따뜻한 햇볕의 시대가 차가운 북풍의 시대로 다시 역전”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햇볕정책만이 공산주의를 성공적으로 변화시키는 길”이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인류를 위협했던 공산제국은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고 나머지 국가들도 큰 변화를 이루고 있다”면서, 구소련과 동유럽의 민주화 모두 따뜻한 햇볕으로 인해 변화에 성공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중국의 민주화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에 대해서도 일종의 햇볕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었다.
이와 함께, 김 전 대통령은 터프츠대 강연에서 “미국이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세력 균형을 위해서 또 안전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2.13합의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 이후 6자회담을 동북아 평화기구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아주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도 미군이 북한에 대해서 공격을 목적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조건만 충족되면 한반도에 주둔하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고 얘기했다”면서 “미군이 한반도에 있는 것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일본 납치자 문제와 관련해선 “일본이 납치문제를 주장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6자회담도 한반도나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서 아주 중요하다”면서 “일본의 납치문제는 6자회담과 병행해서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강연에 앞서 로런스 바카우 터프츠대 총장,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에드워드 보스워스 플레처스쿨 학장 등과 만나 환담을 나눴으며, 10박 11일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2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