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I활동 북한인권 운동의 새로운 지평 열어

제 69차 유엔총회 제 3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 투표를 2주 정도 앞두고 있다. 유엔총회가 시작된 지난 9월 이후부터 결의안을 둘러싼 관심은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뜨겁다. 지난달 28일 오전(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 제 3위원회에서 있었던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연례 활동보고를 계기로 관심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번 결의안 투표를 앞두고 북한의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북한은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이전과 달리 공세적으로 인권 외교를 펼쳤다. 이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활동과 보고서 때문이다. 즉, COI보고서 권고 내용 중 북한인권 침해 책임자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조항을 그대로 담은 결의안에 북한 당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북한인권결의안에 ICC제소 권고 담아


2013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아 조사활동을 시작한 COI는, 같은해 여름 300명 이상의 탈북자와 관련 전문가들을 면담 조사했다. 그리고 올해 2월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조사위원회의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어 3월에는 결과보고서의 권고 내용을 유엔 관련 기구들이 실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됐다. COI의 보고서와 결의안의 핵심은 북한 당국이 ‘반인도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자행했고, 이에 유엔 총회는 COI 보고서를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해 반인도범죄 행위 책임자들을 국제사법제도 메커니즘(international criminal justice mechanism)에 제소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COI가 국제사법제도 메커니즘이라고 표현한 것은 인권이사회의 결의안에서부터 ICC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해 논란을 키우기보다는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해 더 넓은 가능성도 열어두고자 의도했던 것이다. COI의 진의를 파악한 유럽연합(EU)과 일본은 COI의 의도를 담아 유엔총회 결의안 초안을 작성해 유엔 회원국 대표부들에게 회람시켰다. 이 때문에 김정은과 북한 당국의 심경은 더욱 복잡하게 된 것이다.


북한, 인권 방어외교 본격화


궁지에 몰린 북한은 자체 인권보고서를 제출하고, 북한인권 설명회도 개최했으며, 또 자체 인권결의안도 작성했고,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면담을 두 차례나 가지는 등 적극적인 방어 외교를 펼쳤다. 특히 “결의안에서 ICC 제소라는 말만 빼달라, 대신 특별보고관이 과거 10년 동안 그리도 염원하던 북한 현지방문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이와 동시에 15호 관리소(요덕수용소) 해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또 14호 관리소(개천수용소)에서 신동혁의 부친을 살려내 선전영상을 찍어 세계로 내보내며 신동혁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공세적으로 인권 방어에 나섰다. 


이는 COI 보고서의 근거를 부정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ICNK가 2012년 유엔 강제구금실무그룹(WGAD)을 통해 신동혁 부친의 생사여부를 문의했을 때는 그런 사람 없으며 공화국 모략행위라고 주장했고, 그 내용은 유엔 기구인 WGAD에 의견서(opinion)에 잘 기록되어 있다.  또한, 요덕수용소에서 해체되고 있는 수감자 숙소와 관련 건물들은 구글어스에서 포착됐다. 유엔 본부에서 활동하던 NGO들을 통해 유엔 외교가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고, WGAD와 북한 당국의 의사소통 내용 또한 특별보고관과 유엔 회원국 대표부들에게 전달되었다.


과거 10여 년간 유엔 인권메커니즘을 북한은 철저히 무시해왔고, 이제 와서 인권대화를 하겠다는 북한의 주장이 진정성이 없음은 명백하다. 이에 유엔의 분위기는 여전히 북한의 진정성이 결여된 가벼운 처사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월에 있었던 유엔인권이사회의 보편적정례검토(UPR)에서 북한이 113건의 권고안을 수용하면서, 특정 국가를 지목한 인권결의안이 아닌 UPR을 통한 인권문제 접근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지구 남반구 국가들과 북한과 같은 나라들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논쟁은 서구 선진국의 인권외교가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유엔 인권메커니즘이 가지는 해묵은 논쟁의 일부이다. 이번 기회에 북한이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물밑에서 나름의 연대를 형성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북한과 유사한 처지에 있는 국가들끼리 인권결의안을 상호 비판해주는 형제애를 발휘하는 모습이 이번 유엔총회에서, 그리고 지난 5월에는 UPR 정기 회의에서도 연출되기도 했다. 


유엔본부에서 활동하는 국제 인권 NGO들은 북한의 전례 없는 인권 방어 외교술에 맞서 로비활동을 펼쳤다. 먼저, 북한이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오더라도 EU와 일본이 작성한 결의안 초안 내용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점, 북한의 반인도범죄는 유례없이 장기화되어 있고, 전례 없이 심각하며, 조직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유엔 회원국 외교관들에게 강조했다. 또 북한의 인권유린 희생자들이 배석해 이러한 사실을 직접 확인시켰다. 유엔본부에 나가 있는 국제인권NGO 활동가들은 앞으로 약 2주간 이 같은 활동을 계속 전개해 나갈 것이다. 


북한인권결의안은 오는 17일 전후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의안에는 북한인권 ICC 제소 내용이 들어갔기 때문에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이 민감하게 반응해 지난 2년과는 달리 투표를 거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전쟁시기가 아니라 평시임에도 불구하고 60년 이상 진행되어온 북한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잔혹행위(atrocity)는 COI가 권고한 대로 ICC를 통해 책임자를 찾아내고 문책하는 국제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국제사회 보편적 정의의 목소리가 투표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면 북한인권 문제는 한국 정부나 한국의 NGO 차원이 아니라 국제 형사제도에서 책임자를 가려내고 재판을 받을 수 있는 단계로 접근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가기까지는 유엔 안보리가 ICC제소를 찬성해야 한다. 관건은 중국이다. 하지만, 안보리의 인권문제에 대한 결의안을 다루었던 역사를 보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미국이 83차례 비토(veto)권을 행사하는 동안, 중국의 비토는 10차례에 불과했다. 중요한 점은, 중국이 비토를 흔히 사용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이며 중국의 북한 옹호가 언제까지 변함없이 지속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미 COI활동을 계기로 우리는 북한인권 운동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는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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