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북중 간 밀수와 불법 도강(渡江)을 막기 위해 국경지역 감시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측 연선 지역에 CCTV를 비롯해 전기 철조망 설치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측은 지난달부터 지린성(吉林省) 훈춘(琿春)과 투먼(圖們) 등 북중 국경에서 최신형 감시카메라와 철조망 보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중 일부 구간은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기 철조망으로 변모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탈북민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북한 측 경계망을 뚫고 도강에 성공해도 중국 측 철조망에 가로막혀 결국 ‘탈북’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전기 철조망을 모든 연선 지역에 설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탈북민들이 이동하는 주요 통로가 철조망으로 막히면서 앞으로 기존 도강 경로를 이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이와 더불어 북중 국경 지역의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 등 주요 교통 시설의 검문·검색도 한층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국경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신분증 검사와 짐 수색이 이전보다 철저해져 탈북민들이 이동 중에 중국 공안(公安)에 체포되는 일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이같은 경계태세 강화는 북한과 인접한 중국 지역에서 일어나는 탈북민들의 절도 및 강도로 인한 범죄 행위를 방지하고, 북중 물밑 교역 및 밀수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감시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탈북민에 대한 경계 강화뿐만 아니라 연선 지역 방문자의 행동도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철책 근처로 다가가자 이를 수상히 여긴 중국 현지인이 몇 차례 주변을 맴돌다 돌아갔다는 증언도 여러 차례 들린다. 중국 당국이 북중 국경지역에서 촬영을 하거나 행색이 수상한 사람들에 대한 신고를 독려하고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하면서 북중 국경 지역에서 신고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 이 지역 관계자의 설명이다.
북중 국경지역의 한 활동가는 “중국 당국이 주민 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안면 인식 시스템을 탈북민 색출에도 활용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탈북 시도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 당국이 지하교회 등 비인가 교회를 해체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그동안 북중 국경지역에서 탈북민들의 은신처를 제공하고 이들의 이동을 돕던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이 활동가는 “도강을 해도 중국에서 탈북민들이 숨을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종교인들의 도움을 받고 탈북하는 사례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이 같은 중국 당국의 북중 국경지역 경계 강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훈춘의 한 시민은 “(북한에서) 어차피 넘어올 사람들은 다 넘어온다”며 “전기 철책을 설치하면 죽을 수도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너무 과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현지 주민은 “과거 90년대나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서로 월경(越境)해 음식과 술을 나눠 먹을 정도로 조선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냈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긴장감이 조성되면서 교류가 완전히 끊겼다”며 “어릴 적에 조선에 넘어가 먹을 것도 사 먹고 친구도 사귀었는데 현재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의 북한에 대한 경계 강화 정책을 찬성하는 중국인들도 적지 않다. 북중 국경 지역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서라도 경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중국인은 “조선이 경제난이 심해지면서 불법 월경자들이 많아졌고 실제로 3년 전에 우리 마을에 사는 노부부의 집에 조선 사람이 들어와 흉기를 들고 위협하면서 돈과 음식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며 “불법 월경자들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