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열풍이 北에도?… “방탄소년단 노래 담긴 USB 발각돼”

방탄소년단
가수 방탄소년단(BTS)이 지난해 11월 6일 오후 인천 남동구 수산동 인천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8 MBC플러스x지니 뮤직 어워드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

세계적으로 케이팝(K-POP) 열풍을 이끌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북한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일까. 최근 북한에서 한국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노래가 담긴 USB가 발견돼 관련자들이 모두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에 “지난달 초 양강도 혜산에 있는 제대군인 가정집에서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한국 드라마 메모리(USB)가 발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관련자들은 현장에서 체포돼 현재 도(道) 보위부 예심과 구류장에 감금돼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이 밝힌 이번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공휴일인 음력설 당일(5일) 저녁 8시, 국가보위성(우리의 국가정보원과 유사) 비사회주의 그루빠가 양강도 혜산시 송봉동 28인민반에 대해 갑작스러운 가택수색을 진행했다. 휴일 저녁 긴장이 느슨해진 틈을 타 기습적으로 검열이 이뤄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 사적관 관리소 초급당 위원장의 아들 23살 민모 씨와 그의 중학교 동창 6명이 함께 중국영화를 보던 것이 발각됐다. 검열에 걸린 민 씨는 휴전선 일대 최전방에 주둔하는 인민군 제5군단에서 군복무를 하다 감정제대(의가사제대)한 인물로 알려졌다.

특히 보위성 비사그루빠는 이날 수색 도중 이불장 속에서 번역이 안 된 여러 편의 중국영화가 담긴 알판(CD) 세 개와 메모리 두 개를 발견했다. 메모리 중 한 개에는 모두 한국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나머지 한 개에는 지난해 방영된 한국드라마 ‘같이 살래요’ 등이 들어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결국 그날 밤 민 씨 등 7명은 즉각 체포돼 구류장에 구금됐고, 이 사안은 현재 예심과 비서가 직접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예심과의 총책임자가 예비심을 맡고 있다는 것은 북한이 해당 사건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민통일방송이 제작한 북한에 보내는 USB, 한류 콘텐츠와 북한인권 관련 영상이 담겨 있다. / 사진=데일리NK

이번 검열로 체포된 이들의 부모는 현재 ‘중국과는 더 친해졌고 형제의 나라인데 왜 옛날이나 지금이나 불순녹화물 취급은 꼭같이 하는가’라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검열에서 한국 노래뿐만 아니라 드라마까지 발각돼 주민들 사이에서는 ‘체포된 이들이 엄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편 북한 당국은 현재 내부 주민들의 사상이완과 체제 이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자본주의 문화의 침투를 철저히 경계·단속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한국 영상물이나 노래를 보유하거나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실제로 ‘사회주의 문화를 침해한 범죄’에 대해 다루고 있는 북한 형법 제6장은 ‘퇴페적이고 색정적이며 추잡한 내용을 반영한 그림, 사진, 도서, 노래, 영화 같은 것을 허가없이 다른 나라에서 들여왔거나 만들었거나 유포하였거나 비법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자(183조) 또는 이를 보았거나 들었거나 재현한 자(184조)는 1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행위를 상습적으로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죄질이 무거운 경우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