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지류-北정권 본류…北압박 본격화

▲ 지난 3월 9일 ‘애국법’ 시효연장 개정안에 서명하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의 주요 금융 거래처였던 마카오 소재 은행 ‘방코 델타 아시아’(Banco Delta Asia ∙ 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발표해 손발을 묶어 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북한이라는 국가 자체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발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이 BDA 제재 발표는 지류(支流)를 건드린 것에 불과하고, 본류(本流)인 북한정권을 건드리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BDA 제재를 통해 경고를 주었는데도 그동안 북한정권이 변화와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최종 판단한 것 같다.

그렇다면 미국이 북한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발표할 법적 근거는 무엇이며, 북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 美 ‘애국법’이란?

미국의 대북금융제재의 법적 근거는 ‘애국법(Patriot Act) 311조 5항’에 따른 것이다.

‘애국법’은 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담아놓은 법으로 1970년에 제정되었으며 2001년 9.11테러 이후 40여 일만에 신속하게 개정안이 통과됐다. 당시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전시(戰時) 특별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애국법’에 따라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수사 ∙ 정보기관에 광범한 권한을 줄 수 있게 되었으며, 테러 모의가 의심되는 통화를 감청하는 것은 물론 계좌 추적과 의료 기록, 심지어는 미국 전역 도서관의 대출 기록까지 검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권침해 논란과 위헌시비가 있었다.

이 법은 원래 4년 효력의 한시법으로, 지난해 말에 효력이 다하게 되어있었다. 그러나 백악관은 “테러와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법의 무기한 연장을 주장했고, 상 ∙ 하원이 시효연장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통과-거부하는 핑퐁게임을 벌여왔다. 지난 3월 9일 부시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애국법 일부 조항의 시효가 영구화되었다.

◆ ‘애국법 311조’- 테러리스트들의 ‘돈줄’을 끊겠다

애국법 제3장은 금융분야의 대테러 전략을 담고 있다.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수상한 금융거래를 적발, 대처함으로써 테러리스트들의 ‘돈줄’을 끊어놓겠다는 것이다.

법에는 “국제적인 돈세탁과 금융 테러리즘을 방지, 발견, 기소하기 위하여 은행비밀법(BSA)의 돈세탁 방지 조항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최근 대북 금융제재의 근거가 되고 있고 있는 ‘애국법 311조’이다.

법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장관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ancial Crimes Enforcement Network)를 구성하여 특정 금융기관과 국가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목하고 이를 공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 ‘우려 대상’으로 ‘방코 델타 아시아(BDA)’ 가 지목되어 현재 수족이 묶여 있는 중이다. BDA는 북한의 주요 거래처이기 때문에 BDA 제재는 곧 대북금융제재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졌다.

◆ ‘우려 대상’ 되면 국제 금융거래 불능

최근 미국은 BDA에 이어 북한이라는 국가 자체를 애국법에 의한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려고 검토 중이다. 특정 국가가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되면 금융기관이 지정된 것과 똑 같은 제재를 받는다.

사실 ‘애국법 311조’에는 ▲우려대상을 지목하여, ▲그들의 행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돈세탁이 우려되는 대상으로부터 미국의 금융기관을 보호할 수 있다고만 되어있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다만 제5항에 “특별 대책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고 되어있는데, 이는 통상 별도의 행정명령으로 제시된다.

지난해 9월 미 행정부는 연방관보를 통해 ‘애국법 311조’를 실행할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의 초안을 공개했다. 행정명령 초안은 모법(母法)만큼이나 강력해 ▲미국의 어떤 금융기관도 재무무장관이 지정한 ‘돈세탁 우려 대상’과 거래를 할 수 없고 ▲‘돈세탁 우려 대상’이 제3의 금융기관 및 시스템을 이용해 미국의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것 역시 규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금융기관이 미치는 막대한 국제적 영향력에 비추어 볼 때, 결과적으로 미국 재무부장관이 지목한 ‘돈세탁 우려 대상’은 미국 뿐 아니라 국제적인 금융거래를 거의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 BDA를 제재하자 세계 각국의 은행들이 BDA와의 관계를 끊었으며 한국의 외환은행, 신한은행, 수협도 이에 동참한 바 있다.

결국 북한이 ‘돈세탁 우려 대상’되면, 이번 기회에(?) 미국과 완전히 관계를 끊겠다는 국가 ∙ 금융기관을 제외하고는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금융거래를 할 상대자는 없어질 것이다.

◆ 북, ‘通中用南’으로 버티기 나설 것

북한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은 정해진 순서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2005년 9월 20일자로 BDA를 ‘돈세탁 우선 우려 금융기관’으로 발표하면서 연방관보를 통해 그 ‘혐의’를 공개한 바 있다. 관보에는 BDA 제재의 배경을 ①법률조항 ②방코 델타 아시아 ③마카오 ④북한 등 4개 항목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것이 ‘북한’ 항목이다.

당시 관보는 ‘북한’ 항목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범죄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연간 5억 달러쯤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2004년 12월 터키 경찰이 7백만 달러 상당의 불법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2명의 북한 외교관을 체포하였고 ▲같은 해 초 이집트 당국이 15만 달러 상당의 금지된 선적 품목을 운반하려던 2명의 북한 외교관을 추방한 사례 등을 제시하였다. 또한 “1990년 이래로 북한은 20여 개 나라들에서 발행한 50여 차례의 마약거래 체포사건과 관련이 있으며, 북한이 마약 밀매로 벌어들인 수익은 연간 1~2억 달러 정도”라고 추산했다.

북한의 위조지폐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되었다. 관보는 “지난 30여 년 동안 수퍼노트(Super Note)를 유통시킨 혐의로 많은 북한 관리들이 체포되었다”면서 “최근 10년간 미국은 4,500만 달러 이상의 위조수표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런 관보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 BDA는 지류(支流)이고 북한이 본류(本流)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BDA 제재는 일단 지류를 친 것에 불과하고, 언젠가 본류를 건드릴 것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그동안의 대북경제제재는 북한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준비단계에 불과하고 이제 본격적인 ‘북한 압박’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BDA는 곧장 미국과 물밑 협상에 미국의 요구를 상당히 수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소통 ∙ 밀착하고 한국은 이용 ∙ 갈취하는 통중용남(通中用南)의 전략과 내부 긴축재정 등의 방식으로 난국을 타개하려 할 것이지만 ‘버티는’ 수준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적인 개혁 ∙ 개방 요구와 압력을 무시하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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