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왜 안풀리나 했더니..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1일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6자회담이 진전이 되지 않는 상황을 두고 “당초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했다.

평소 언행이 신중하기로 정평난 천 본부장이 이처럼 외교관에게 어울리지 않는 발언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빨리 받고 싶은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 자금을 동결한 BDA, 전면해제를 사실상 용인한 미국, 북.미 사이에서 중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한 중국 등 관련 당사자들은 모두 6자회담 본회담을 진행하기 위해 빨리 북한 손에 동결됐던 돈을 넘겨주려 하고 있다.

특히 북.미는 지난 17∼18일 집중적인 실무협의를 통해 BDA에 동결된 북한자금 2천500만 달러를 중국은행내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송금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 사흘이 지난 현재까지 이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뱅킹이나 폰뱅킹 등을 이용해 직접 은행을 찾지 않아도 순식간에 원하는 계좌로 송금하는 풍경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통한 소식통들이 전한 이유는 보내는 BDA에서나 받는 중국은행에서나 모두 예기치 못했던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먼저 예금주와 BDA 쪽. BDA에는 다수 명의의 북한계좌 50여개가 묶여있는데, 단 한 명의 예금주가 나타나 `다른 사람의 돈까지 모두 여기(중국은행)에 옮겨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중국, 미국, 마카오가 빨리 하라고 재촉하더라도 돈을 보내기 위한 기본 서류 자체가 미비해 BDA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에 닥친 셈이다. 한마디로 금융거래의 상식이 무시됐다는 얘기다.

북한은 뒤늦게 모든 계좌주의 이체 신청서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받는 쪽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BDA에서 돈을 보내기로 한 중국은행에서 불법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자금을 예치할 수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국 당국이 아무리 `돈을 받아라’라고 채근해도 엄연한 금융기관이자 홍콩 및 상하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은행으로서는 신용도와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 손사래를 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중국 당국은 중국은행을 설득하는 한편 돈을 예치할 만한 다른 금융기관도 물색하고 있지만 언제쯤 해결될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핵을 폐기하는 중요한 회의가 이런 이유로 발목이 잡힌다는 것은 그야말로 코미디”라고 말했다.

한 회담 당국자는 “지금도 실무적으로 (BDA 송금 문제의)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양자접촉 등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핵 문제,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위한 6자회담이 `황당한 이유’로 인해 적어도 현재까지는 금융 기법 문제에 대한 회담으로 전락한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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