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실무회의 6자회담 성패 갈림길되나?

▲ BDA 실무회의 대표자로 예정된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왼쪽)와 리근 외무성 미주국장

18일 13개월만에 열리는 6자회담에서 북한은 역시 BDA(방코델타아시아)로 대변되는 대북금융제재를 최우선 쟁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6일 회담이 열리는 베이징에 들어서면서 “우리에 대한 (미국의)제재해제가 선결조건”이라고 말해 6자회담과 BDA 문제를 연결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5차 6자회담이 결렬된 결정적 이유가 북한에서 제기한 BDA 문제였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BDA에 묶여있는 2400만 달러 처리와 관련된 문제를 간과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6자회담 별도 ‘BDA 실무회의’=그러나 대부분의 회담 참가국들은 북한과 달리 6자회담이 BDA 문제와는 명백히 분리된다는 입장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논의하는 6자회담과 금융제재 문제는 별도로 해결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3일 “(BDA 문제는)북한이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할지, 그리고 일부는 법적인 문제에 달려있다”고 말해 그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15일 “BDA 문제는 6자회담과 완전히 분리해야 하며 그것이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과 미국이 BDA 북한계좌 문제를 6자회담과 분리된 워킹그룹회의(실무회의)를 통해 논의하기로 해 이목이 주목된다.

이는 지난 9월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북핵 해법으로 제안한 ‘포괄적 접근방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로, 10월31일 북·미·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때 회담 개최시 가동키로 합의했던 것이다.

‘제재의 고깔을 쓰고 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북한의 입장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이 ‘6자회담 틀 안에서 북한과 양자대화를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절충시킨 결과물이기도 하다.

◆어떻게 진행되나=BDA 실무회의는 이르면 이번 회담 개막일인 18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6자회담 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가 아닌 베이징내 다른 장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올 3월 BDA 문제 논의를 위해 열린 북미 뉴욕 회동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당시 참석자였던 리근 외무성 미주국장과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가 회의에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 양국은 17일 오후 예정된 양자회담 논의결과에 따라 추가로 재무관계자를 파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실무회의에서는 향후 운영방식, 회의 개최 장소, 의제 등이 우선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은 재무부가 진행중인 BDA 조사의 진척상황을 설명하는 한편, 돈세탁, 위폐 제조 및 유통 등 BDA 조사 과정에서 파악된 북한의 혐의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열한 공방… 회담 성패 좌우하나=특히 실무회의가 6자회담과 ‘동시에 진행’됨에 따라 그 결과가 6자회담 성패와도 무관치 않다는 전망이다. 그만큼 양측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도 높다.

일단 미국은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해명과 재발 방지요구를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BDA 자금동결 해제를 위해 북한이 취할 조치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BDA 북한 계좌에 관한 미국 금융 당국의 조사가 아직 종결되지 않았고 북한 불법 행위에 관한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경우 증거와 사실관계를 두고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또 북한은 자신들이 ‘위폐 유통의 피해자’라는 논리를 피력하면서 6자회담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조속히 BDA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이 일부 개인의 불법행위를 시인하고 재발장지 의지를 표명하는 등의 조치고 금융제재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작년 12월 선양(瀋陽)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만나 불법적인 금융활동이 확인되면 관계자를 처벌하겠다는 의사를 중국측에 전달한 바 있다.

또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한 리 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미국이 (위폐제조와 관련한)정보를 제공해주면 제조자를 붙잡고 종이,잉크 등을 압수한 뒤 미 재무부에 통보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또한 BDA 문제로 인해 6자회담의 진전이 방해받는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 한발 물러설 입장을 내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BDA 문제가 진척이 안 되면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6자회담이 BDA 변수를 극복하고 북핵폐기와 상응조치를 향한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될지 여부에 관심이 주목됨에 따라 ‘BDA 실무회의’ 상황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