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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18일 베이징에서 재개된 6자회담과 동시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던 미·북간 BDA(방코델아시아) 실무회의가 북한 측의 사정으로 하루 늦춰졌다.
마카오 BDA에 묶여있던 자금의 동결 해제를 요구하며 지난 1년간 6자회담을 공전시켰던 북한이었던만큼 6자회담과 별도로 열리는 이 회의에도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측에서는 실무회의에 그동안 북한의 불법행위를 조사해왔던 대니얼 글래이저 미 재무부 테러자금지원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를 대표로 한 재무부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북한측에서는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를 수석대표로 하는 대표단이 파견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외무성 관리가 아닌 재무 전문가를 파견한 것이 ‘BDA문제는 정치적 협상의 대상의 아니라 법적 사안’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북한이 어느 정도 수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북한이 BDA회의 대표단을 모두 재무 전문가로 구성한 것은 북한측 계좌가 김정일의 개인 통치자금이나 군부 자금이라는 주장을 잠재우고, 북한의 공식 금융거래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BDA가 수천만~수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의 대북 송·수금 창구 역할을 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BDA가 북한 금융흐름에 있어서 생각보다 큰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BDA에는 지금까지 2천4백만 달러의 예금이 동결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지난 9월 BDA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미국 재무부도 1년여 넘은 기간동안 조사를 종결짓지 못하고 있다.
또한 동결된 BDA 계좌 중 1천2백만 달러가 불법행동과 연관되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미국의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는 합법 계좌 일부를 풀어주며 북한 핵 폐기의 유인효과를 기대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전문가들은 북한의 금융경제 자체가 불법과 합법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전망은 섣부르다고 지적해 왔다.
미국이 위조달러 유통, 돈세탁 등 북한의 광범위한 금융범죄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그에 따른 당국차원의 대책을 요구할 경우 북한의 대응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미국이 북한 당국의 개입을 증명할 만한 증거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유력한 조건에서, 북한이 핵 폐기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금융제재 논의도 진전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미국의 태도를 볼 때는 금융제재 해제 논의가 6자회담 본회의에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본회담이 금융제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미국은 북한의 불법행위와 핵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을 지켜오면서도 금융제재에 대한 협상의 여지를 남긴 만큼, 북한이 이번 6자회담을 통해 핵폐기의 첫 단계 조치인 동결에 대한 구체적 행동에 나서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