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북한자금 이체 장기화될듯

`2.13 합의’ 이행시한을 넘기고도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이체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은채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한발더 물러서 최근에 취한 BDA 제재조치를 해제하는 것만이 최종 해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17일부터 BDA 자금 일부를 동남아의 은행으로 이체하기 시작했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있었지만 마카오 현지에선 이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채 대체로 부인하는 분위기이고 실제로도 현재 가시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해제의 실효성 여부를 확인하겠다던 북한측 행동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것은 북한이 바라는 `해제’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다른 걸림돌, 즉 차명 및 사망자 계좌의 권리위임 확인 문제나 마카오 돈세탁 방지법 등이 정치적 협상의 결과로 인해 제거됐다 하더라도 여전히 북한자금의 마땅한 송금처를 찾을 수 없다는 벽에 봉착한다.

◇북한이 원하는 `해제’는 = 북한의 BDA자금에 대한 궁극적인 입장은 단순 자금인출이 아니라 2천500만달러 송금을 매개로 국제금융 체제에 다시 편입, 금융거래를 재개하고 차후 미국이 비슷한 유형의 추가 대북 금융제재 가능성을 차단하자는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받아들이고 있는 `해제’는 동결 자금의 해제 뿐 아니라 국제금융체제로의 재편입을 포함한 개념으로 봐야한다”며 “`우리 해당 금융기관’이 해제 실효성 여부를 확인해보겠다’고 밝힌 북한 외무성 발표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북한자금 문제의 핵심은 미국이 북한의 BDA 계좌를 2005년 9월 이전으로 환원했다고 하지만 BDA와 북한을 둘러싼 국제 금융거래 환경은 그 당시로 동반 환원되지 않았다는 모순에 있다.

북한이 국제금융 거래 재개를 위한 시발점으로 삼고 있는 BDA자금의 해외 송금이 정작 북한자금을 받아줄 은행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자금 전액해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제 금융가에선 북한자금과 BDA를 더욱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북한자금 해제조치와 상관없이 대외 신인도를 중시하는 각국 금융기관들이 `골치아프고’ 돈세탁 꼬리표가 떼지지 않은 북한자금을 이체받아 불필요한 관심과 이미지 추락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과거 북한의 주요 거래창구였던 중국은행마저 안색을 바꾸고 신인도 하락 등을 핑계로 이체를 거부하고 있는 마당이다.

하물며 외국계 은행의 합법자금으로 분류돼 있다는 콜린 매카스킬 대동신용은행의 자금 700만달러도 이체받으려는 은행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이 차후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보장각서를 쓰고 송금을 받아주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중국은행의 사례처럼 미 재무부는 이런 방안에 거부 결정을 내렸다.

◇갈수록 복잡해진 BDA 문제 = 미국은 지난달 14일 BDA 제재조치를 발표하고 18일 관보에 게재하고 난 다음 19일 북한자금 전액 해제 결정을 발표했고 이어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자 4월11일 용처불문 현금인출 허용 방침으로 한발 물러섰다.

현재 문제가 복잡하게 된 것은 미 정부가 BDA 제재조치만 서둘러 공식화하고 나중에 북한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한발씩 계속 뒷걸음치는 악수를 둔 것도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마카오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정치적 결단을 내린 이상 북한자금이 먼저 손쉽게 빠져나가도록 조치해 핵 폐기 프로세스에 진입토록 한 다음에 BDA 제재조치를 결정해도 늦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보수이익을 대변하는 재무부가 `BDA 제재’라는 명분이라도 얻어내려는 조바심에 조치의 선후를 잘못 선택했다는 지적이다.

18일부터 미국 은행에 BDA와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도록 한 미 재무부 조치가 발효되면서 복잡성은 더해진다.

제3국 은행이 북한자금을 받아준다 하더라도 미국 제재조치로 미 달러화의 미국 경유 결제 기능이 중단된 BDA에선 직접 제3국 은행으로 송금할 방법이 사라졌다.

BDA에서 수표로 자금을 찾거나 마카오내 다른 은행으로 1차 송금한 다음 다시 제3국 은행으로 2차 송금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홍콩의 한 금융권 인사가 설명했다.

◇BDA 제재철회가 최종 해법 = 결국 북한측 바람대로 BDA자금 주변의 국제금융 환경을 복원, 북한자금의 해외송금이 가능해지려면 BDA 제재조치를 철회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이 정치적 결단으로 BDA에 대한 돈세탁 은행 지정 결정과 미국 은행과의 거래 중단 제재조치를 철회, 일정기간 유보 결정을 내리고 BDA의 돈세탁 방지나 경영권 이전 등 개선 상황을 지켜본 다음 차후 다시 결정을 내리는 방안이다.

한 소식통은 “이런 상황이 되면 해외 은행들이 BDA 및 북한과의 거래를 자발적으로 원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BDA 북한자금은 국제금융 거래에서 다시 합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 이를 통해 BDA 제재에 대해 못마땅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 북핵협상에 임하는 진정성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밀러 와이즈 미 재무부 대변인도 “BDA가 책임있는 경영진으로 넘어간다면 규제 결정이 철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2005년 당시 돈세탁 의혹이 제기된 중국은행, 성헝(誠興)은행, BDA 가운데 가족은행으로 가장 소규모인 BDA만을 타깃으로 삼은 점을 감안하면 미국 조치의 절대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은행은 중국 국유 외환은행이고 성흥은행은 마카오 최대 실력자인 도박왕 스탠리 호 소유이다.

중국과 마카오 당국은 돈세탁 혐의를 받았던 라트비아의 ‘멀티방카’ 은행이 예비 판정후 교정 조치를 취함으로써 최종 판정까지 가지 않은 예를 준용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 당국자들은 현 상황에서 미측이 북한의 2.13 합의 이행을 유인하기 위해 아무런 조건없이 BDA에 대한 지정을 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BDA 자금이체와 맞물린 북한 핵폐기 협상은 그래서 쉽게 풀리지 않은채 또다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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