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테러지원국 해제, 北美관계정상화 분수령

북미 관계정상화의 순항 여부를 결정짓는 1차 고비는 뭘까.

일단 북한으로선 2.13 핵타결때 약속한 30일, 60일 이내 초기단계 이행사항을 충실히 실천해야 한다. 미국도 이에 상응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동결된 북한 50여개계좌의 자금을 해제해야 한다.

북한이 목을 매고 있는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금지 문제도 어떤 식으로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북한은 지난 5,6일 뉴욕에서 개최된 북미간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에서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포함한 북핵 문제의 해결의지를 밝혔지만, 미측의 BDA문제 해결노력과 연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내주초로 예상되는 미 재무부의 BDA관련 발표가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 내주 초쯤 BDA를 ‘돈세탁 우려대상기관’에서 ‘돈세탁 대상기관’으로 공식 지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이런 결론이 내려지면 미 연방검찰은 돈세탁에 연루된 BDA의 주요 임원들을 기소하는 수순을 밟게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 북한과 마카오 당국은 BDA에 동결된 북한자금 2천400만달러 전부를 해제하길 원하지만, 미국은 800만∼1천300만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합법 자금에 한해 선별해제하고 나머지 자금에 대해서는 조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실무회담 북한측 대표로 참석했단 김계관(金桂冠) 외무성 부상은 그러나 8일 귀국길에 경유지인 일본 나리타(成田)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핵폐기를 위한 초기단계 조치는 미국의 금융제재해제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 향후 핵폐기 프로세스를 BDA 문제와 연계할 뜻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일본 NHK 방송은 김 부상의 이 발언이 북한의 핵시설 가동 중지는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가 전제조건”이라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가급적 많은 금액을 해제하도록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와 맞물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지 18년만에 공식적으로 삭제해 줄 것인지 여부다.

미국은 지난해 5월 ‘국가별 테러리즘 보고서’에서 북한을 이란, 쿠바, 시리아, 리비아, 수단 등과 함께 테러지원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외교 소식통들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김 부상이 지난 1월 베이징에서 회동했을 때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로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뉴욕 실무회담 후 힐 차관보도 “얘기는 했지만 이 자리에서 밝히고 싶지 않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 이 문제가 어떻게 정리됐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김 부상은 그러나 “오는 4월 국무부가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 줄 것과 적성국 교역법에 따른 제재문제도 해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부시 행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의 핵폐기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에 적극적인 성의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결심이 이미 섰다”는 얘기도 한다.

미국은 지난 1987년 김현희가 연루된 대항항공기(KAL)기 폭파사건 직후인 1988년 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북한은 그후 눈에 띄는 테러지원 행위를 한 적이 없지만 1970년 일본 항공기를 납치한 일본 적군파 등 테러리스트를 보호하고 있는 점이 부각됐고, 2005년엔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테러 문제의 하나로 본다는 미국의 입장정리에 따라 테러지원국 명단에 계속 올라있다.

때문에 일본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일본 납치문제가 성과를 보이지 않을 경우 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는 부시 행정부가 올해 테러지원국 명단 발표를 앞두고 어떤 입장을 정리할지가 큰 관심사다.

테러지원국 해제는 행정부의 재량사항이지만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이 “해당국가가 현재 국제테러를 지원하지 않고 있고, 향후에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의회에 보고하고, 최근 6개월간 국제테러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하는 만큼 부시 대통령이 특단의 결심을 하지 않고서는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다.

여기에 북한도 2.13 합의에서 약속한 사항을 충실히 준수해야 미국의 이같은 조치를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영변 5MW 원자로와 북한이 건설중이던 50MW와 200MW 원자로의 동결과 폐쇄, 연료봉 봉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까지는 큰 탈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핵의 불능화, 이미 생산된 50Kg 가량의 플루토늄을 빠른 시일 내에 국제감시하에 두고,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한 의혹 해소와 핵시설 신고 등 60일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낙관은 시기상조라는게 중론이다.

앞으로 HEU 전문가 회의와 2차 북미-북일 관계정상화 회담, 6자회담 등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인 셈이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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