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암초’ 속 北선택 주목…해법 없나

방코델타아시아(BDA)에서 해제된 북한 자금의 송금이 법적.기술적 문제로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워진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대북 압박 여론이 강화되고 있어 북한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은 BDA 송금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초청하고 영변 원자로를 폐쇄하라”고 타개책을 제시했지만, 김명길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우리는 BDA자금을 받고 난 뒤에 원자로를 폐쇄할 것이고 다른 길은 없다”고 일축했다.

북한의 이러한 반응은 이미 예상된 것으로, 북한은 2005년 BDA문제가 불거진 이후 시종일관 금융제재의 우선 해제를 요구해 왔다.

무엇보다 북한 입장에서 BDA문제는 경제적으로 적당히 덮고 가기 어려운 문제다. 2천500만달러가 2005년도 북한 예산의 1%에 육박하는 액수일 뿐 아니라 국제금융체제 속에서 정상적인 경제행위자로 거래하기 위해서는 자금 송금문제의 해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북한은 BDA문제에 경제적 의미보다 정치적 의미를 더 크게 부여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가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의 상징인 만큼 이 문제가 풀려야만 앞으로 미국을 믿고 비핵화 협상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달 “조선(북)은 금융제재 해제를 통해 ‘또 하나의 전쟁’을 종료할 데 대한 미국의 의지를 가늠하고 있고 그것은 다른 영역의 대결을 청산하는 과정과 잇닿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향후 ‘2.13합의’를 통해 비핵화 과정에 들어서게 될 북한 입장에서는 BDA문제가 미국과의 협상과 합의 과정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적용하는 첫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쉽게 양보하기 어렵다.

‘핵시설 가동중단-BDA문제 해결’, ‘핵시설 불능화-테러지원국 및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대상의 해제’ 등의 단계를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 입장에서 미국의 행동없이 먼저 자신들이 행동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합의 이행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북미간 협상 동력이 소실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4월말 미.일 정상회담 과정에서 BDA논란에 대해 미국 정부가 북한의 행동을 충분히 읽어내지 못했음을 시인하면서 “미국이 실수했다(screwed it up)”고 말했다고 전했다.

‘2.13합의’가 못마땅한 일본 내 여론을 반영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보도가 앞으로 북한의 합의 미이행과 맞물려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미국내 대북 협상파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힐 차관보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고 상황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BDA문제를 이유로 합의 이행이 앞으로 더 미뤄지면 판 자체가 깨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북한에 무조건 BDA 해결 전 핵시설 가동 중단을 요구하기 보다는 미국쪽에서 대북 적대정책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에 외교적 신뢰를 보여주는 조치를 취하면서 북한의 행동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BDA문제를 푸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시간은 한국과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북한이 BDA문제를 정치적 신의의 문제로 보고 있는 만큼 미국이 신의를 보여주는 정책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쪽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로 우선 고위급 인사의 평양 방문이 거론된다. 힐 차관보나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을 통해 북한 지도부와 교감을 갖고 BDA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노력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명길 차석대사도 “미국측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한 만큼 이를 평양의 지도부에게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 미국 정부가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재개함으로써 적대정책의 포기를 보여주고 국무부 등에서 발표하는 문서에서 더욱 적극적인 대북 접근 의지를 피력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북한도 미국의 조치에 신뢰를 보내고 초기이행조치에 적극 들어감으로써 ‘2.13합의’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교수는 “지금 상황은 6자회담 관련국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며 “2006년의 교훈에서 보듯 ‘2.13합의’가 이행되지 않아 남북관계와 6자회담이 동력을 잃고 북한이 2번째 핵실험을 하게 된다면 관리 국면에 들어갔던 한반도 위기가 새롭게 부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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