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돌파..급물살 타는 동북아 정세

18개월 가량 북핵 문제 진척을 가로막았던 북한의 방코델타아시아(BDA) 동결자금 문제가 19일 전액 반환으로 마침표를 찍으면서 북핵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2005년 9.19 공동성명과 이의 실천서라 할 수 있는 `2.13합의’가 실제 이행될 수 있는 발판과 동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줄기차게 2.13합의 초기 단계 조치의 이행 조건으로 BDA 동결자금 해제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동결자금이 베이징 중국은행에 개설된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입금되는 동시에 영변 5MW 흑연감속로의 전원 스위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이고 2.13합의가 규정한 60일 이내 초기조치가 확실히 이행될 전망이다.

이어 60일 이내 조치의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핵프로그램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 이행 협상이 탄력을 받고 6자 외교장관회담이 시야에 들어오게 된 것은 물론 북.미 관계 정상화도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별도 포럼의 가동도 가시화될 공산이 크다.

실제 `행동 대 행동’의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되면서 6자 간, 특히 북.미 간에 초보적인 신뢰를 확보하게 된 상황은 앞으로 동북아 정세에 훈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전반적으로 60일 이내에 취하도록 합의한 행동은 이행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이행시한인 다음 달 14일까지는 한반도에 평화가 담보되는 상황으로 평가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핵프로그램 신고 및 불능화 협의를 놓고는 고농축우라늄(HEU) 내지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의 실재 여부와 불능화의 방법 등을 놓고 이견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선 비관론보다는 낙관론에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 60일이내 조치 `낙관’ = 일단 북한이 BDA 동결자금 2천500만달러 전액을 손에 넣게 되면 플루토늄 원료인 폐연료봉을 양산하는 영변 5MW 원자로의 가동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북한은 폐쇄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이번 베이징 실무그룹 회의에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흑연감속로와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 등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절차가 IAEA의 입회 아래 이뤄지고 감시 및 검증활동을 위한 IAEA 요원이 북한에 상주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북한이 2002년 10월 제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직후 IAEA 사찰관을 추방한뒤 수조 안에 담겨 있던 폐연료봉을 제거하고 재처리작업을 시작하는 동시에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이후 4년여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폐쇄.봉인 작업을 위한 IAEA 요원들의 입국이 이뤄지는 동시에 우리 정부가 제공하는 중유 5만t을 선적한 선박들이 북한 동서해 항구에 입항하면서 `동시행동’이 이뤄지게 된다.

아울러 북한은 나머지 5자와 모든 핵프로그램의 목록에 대한 협의도 시작하게 된다.

◇ 불능화와 북.미관계 개선이 핵심 = 이후 정세를 좌우하는 것은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 문제에 대한 협의와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꼽을 수 있다.

불능화에는 중유 95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이 걸려 있다.

여기서 핵심은 이날 개막한 제6차 6자회담에서 논의될 불능화의 개념과 행동 시한이다.

불능화는 미국이 과거 6자회담에서 제시해온 북핵 폐기의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 가운데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이라는 부분에 해당한다.

북한은 이에 대해 `무력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표현의 뉘앙스 차이는 있어 보이지만 더이상 가동을 못하게 한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이미 공감대를 확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핵심인 흑연감속로의 경우 원자로를 돌리는 핵심부품을 제거하는 방법을 통해 가동 불능의 상황을 만드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원자로의 경우 제거하더라도 고준위 폐기물에 해당하는 만큼 처리 방법이 간단치 않은 상황이 감안된 것이며 이에 대한 문제는 `폐기’ 과정에서 다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대상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에 동결됐던 영변 5MW 원자로, 방사화학실험실, 연료봉 제조시설, 영변 50MW 원자로, 태천 200MW 원자로 등 5개 시설이 거론되고 있지만 임계시설이나 우라늄광산, 나아가 실제 있다면 우라늄 농축시설이 포함될 지 관심사다.

여기에 연결될 것이 `모든 핵프로그램의 신고’ 문제다.

신고 과정에서 2차 북핵 위기의 배경이 된 HEU나 UEP가 걸려 있고 정확하고 완전한 신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동안 행동으로 쌓아온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지고 다시 대립의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HEU의 존재를 초지일관 부인하고 있는 것도 향후 마찰을 우려하는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다만 북한이 지난 5차 3단계 6자회담에 이어 북.미 간 양자 대화에서도 HEU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으며 미국이 증거를 제시한다면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양측이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심은 신고 및 불능화 행동의 시한이다.

지금으로서는 예상보다 행동 기간이 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고와 불능화를 동시 병행하자는 입장이 6자 간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미 지난 5∼6일 뉴욕에서 이뤄진 북.미 관계정상화 워킹그룹 회의에서 불능화를 연내에 마치자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속도를 내고 싶어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북.미 실무그룹에서 다뤄질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논의가 얼마나 진척되는지에 따라 좌우될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이나 북한측 특사의 방미 등 교차 방문을 통해 2002년 양측 특사의 교차 방문으로 만든 화해 분위기가 다시 조성될 가능성도 높다.

이 같은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를 둘러싼 협상이 탄력을 받을 경우 불능화 시한도 단축될 수 있겠지만 일본인 납치 문제를 담은 테러지원국 지정의 해제에 부정적인 일본과 미국 내 네오콘의 입장이 변수다.

게다가 북한이 상황에 따라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관측도 나오고 있다.

◇ 6자 외교장관회담과 남북정상회담 = 60일 내 초기 조치가 이행될 경우 2.13합의가 명시한 6자 외교장관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6자 외교장관들은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6자가 가야 할 큰 그림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동북아 지역 질서 재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6자 틀 밖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한 평화체제 포럼 구성도 급물살을 탈 공산이 크다.

6자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평화체제 포럼 관련국 간의 회담이 이어질 경우 6자회담과는 별개의 새로운 대화트랙이 출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가 “아직은 6자회담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때가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필요성도 다시 강하게 제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평화체제를 위해선 정전협정 당사국 간의 다자 협의도 중요하지만 실제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남북 정상 간의 결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론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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