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이후..’극적 반전’ 기회올까

태국에서 21∼23일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북한과 미국이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의 외교수장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2일 공개 기자회견에서 ‘비가역적 비핵화’를 전제로 포괄적 패키지를 북한에 제안했으나 북한은 하루만에 이를 일축했다.

게다가 북한 외무성은 클린턴 장관에 대해 ‘소학교 녀학생’이라거나 ‘부양받아야 할 할머니’ 등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북한내 기류가 극도로 예민해졌음을 짐작케한 대목이다. 그리고 회의장 안팎에서 나온 이런 거친 북한의 반격은 ARF 의장성명에 상당부분 반영되는 성과로 연결됐다.

결국 이번 ARF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북.미간 대치가 지속될 것이며 특히 북한의 저항이 더욱 극렬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켰다는 게 외교가의 1차 판단이다.

이와 함께 미국이 포괄적 패키지의 전제로 내세운 ‘비가역적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부시 정부에서 나왔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그대로 넘겨받은 것”이라고 비난한 점은 향후 북.미간 줄다리기에서 외교적 수사를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임을 예상케했다.

하지만 외교전문가들은 그 이면의 기류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ARF에서 미국에 대한 비난공세와 포괄적 패키지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실무수준 인사들이 한 언행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 최근 추가적인 도발행위를 중단하고 있는 점이나 국제사회의 감시를 받던 강남호가 회항한 일,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기류가 국제사회와 공조를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평양 수뇌부는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게 북핵 외교가의 평가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ARF 무대에서 미국을 비난하며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기를 주문한 것은 과거에도 수없이 반복된 일”이라며 “실무선의 움직임보다는 평양의 기류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3일 브리핑에서 북한 대표단의 리흥식 국제기구국장이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를 일축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국장급의 발언’으로 간단히 넘긴 뒤 “북핵 문제를 북.미 양자구도로 끌고가려는 의도”라고 배경을 분석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한 비난공세를 고조시키는 것과 달리 내부 기류는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는게 아니냐는 뉘앙스도 읽을 수 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고삐를 더욱 조일 기세다.

클린턴 장관은 ARF 회의에서 북한이 미국을 비난한데 대해 유감이라면서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단호하게 제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특히 과거 국제회담에서 강경발언을 하면 지원이 주어지곤 했는데 이런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확실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반드시 ‘태도변화’를 유도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 미얀마에 대한 핵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제재전선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이 태도를 바꿀 경우 그들에게 주어질 보상조치가 광범위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자신이 언급한 포괄적 패키지에 북.미 관계정상화 외에 평화체제와 대북 에너지.경제 지원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얻어내고자 하려 했던 항목들이 대부분 포함돼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이 강조하는 ‘2012년 강성대국’은 국제사회와의 대화와 교류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인민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내부의 에너지는 물론, 외부의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도 미국의 기류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올 하반기 어느 시점에서 반전의 기회를 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에 억류돼있는 미국 여기자 문제를 놓고 북.미 양측이 물밑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는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은 간과할 수 없는 변수가 되고 있다.

또 6자회담의 복원을 통해 외교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중국과 가까운 시일내 남북관계의 복원을 원하는 한국의 움직임 등이 북.미 관계의 대치와 향후 국면 전환에 영향을 끼칠 변수가 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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