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에 어제 도착했습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은 해마다 여름에 아세안 10개 나라와 주변 국가들이 참여해 잇달아 개최되는 회의 중 하나입니다. 5일에는 아세안과 주변 10개 나라가 따로 개최하는 외교장관 회의가 있습니다. 6일에는 아세안과 한국, 중국, 일본이 참여하는 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 외교장관 회의와 함께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참석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이 진행됩니다. 그만큼 이번 말레이시아에서 하는 회의들은 숨 가쁘게 진행됩니다.
북한은 아세안과의 교류가 많지 않아 리수용 외무상이 참석하는 회의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아세안지역안보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핵문제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입장을 강변하게 됩니다. 또 일본 외무대신과 납치문제 관련 회담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리수용 외무상은 타이와 브루나이를 방문해 양국 협력강화를 논의할 계획입니다. 한국 윤병세 외교부장관도 하루에 네댓 개의 공식회의와 많은 만남이 예정돼 있습니다.
안타까운 건 윤병세 장관과 리수용 외무상이 만나는 남북외무상 회담이 열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외교의 최고 책임자들이 참석해 다른 나라와는 수많은 회담을 하지만 정작 남과 북이 만나지 않는다는 건 비극입니다. 다른 그 어떤 나라보다 더 자주 만나고 대화를 해야 하지만 이런 국제무대에서까지 서로를 외면하는 게 지금 남북의 현실입니다.
사태가 이렇게 된 건 한국 정부와 대화를 거부하는 김정은 정권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지금 북한 당국은 수십 년간 진행된 일상적인 군사훈련을 핑계로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남북관계 개선이 자기들의 체제유지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대화보다는 내부단속에 치중하겠다는 겁니다. 문제는 남북관계 개선을 외면하는 한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피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북한이 다른 나라와 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교류협력을 증진하고 싶다면 반드시 한국과의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은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수많은 나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대화에 나선다면 북한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개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