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부산회의, 우리에게 남긴 것은?

▲ APEC 정상들이 한국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촬영을 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폐막하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무엇이 논의되고 합의되었을까? 회의는 폐막하면서 ‘부산선언’과 ‘WTO DDA 협상에 관한 APEC 정상 특별성명’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였다.

APEC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정치경제 협력체다.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개최된 12개국 간 각료회의가 모태가 되었으며 1993년 이래 매년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비되는 동아시아 지역 협력체라 할 수 있다.

APEC은 자유무역의 촉진을 추진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아시아 태평양 공동체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방적 지역주의와 아태지역 경제공동체의 점진적 달성, 역내 무역 투자 자유화, 경제 기술 협력을 통한 공동 번영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무역 자유화 진전’과 ‘안전하고 투명한 아태지역 건설’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양일간 2차례에 걸쳐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제13차 APEC 경제지도자 회의 ‘부산선언’

부산선언은 서두에서 아시아 태평양의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과 투자를 지향하는 ‘보고르 목표’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 APEC 회의는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보고르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선언의 핵심은,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도국은 2020년까지 무역 및 투자 자유화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이에 입각하여 이번 회의는 ‘부산 로드맵’을 통해 이 목표의 달성에 노력하기로 다짐하며 시한 내에 ‘보고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음 사항을 포함하였다. 다자무역체제 지원, 공동실행계획 및 개별실행계획 강화, 높은 수준의 지역무역협정 및 자유무역협정 (RTAs/FTAs) 추진, 부산기업아젠다, 전략적 능력배양 추구, 선구자 접근 등이 그것이다.

특히 ‘부산 기업 아젠다’를 통해 2010년까지 거래비용의 5%를 추가 감축하기로 하였다. 또한 높은 수준의 지역무역협정 및 자유무역협정(RTAs/FTAs)이 무역 ∙ 투자 자유화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는 데에 동의하였다.

다음으로 회의는 지식재산권을 강력히 보호하고 집행할 것에 대해 확인하였는데 ‘APEC 위조 및 불법 복제 방지 구상’을 환영하고, 위조 및 불법복제품 교역 방지, 허가 받지 않은 복제 방지 및 인터넷상의 위조상품 판매 방지에 관한 각각의 모델 가이드라인을 승인하였다.

한편 인간안보와 관련된 사항도 논의되었다. 그것은 ‘안전하고 투명한 아시아 태평양지역’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졌는데 단연 테러 행위 규탄이 주요하게 거론되었다. 정상회의는 테러 행위를 아시아 태평양의 번영을 증진하려는 APEC의 목표와 안보를 위협하는 분명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국제테러그룹의 해체, 대량살상무기 및 운반체계로부터 위협 제거 등을 위한 공동 대응을 확인하였다.

더불어 각국 정상들은 지난 1년간 발생한 엄청난 역내 자연재해 피해를 회고하고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하였으며 향후 재난 피해를 줄이고 공동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 가기로 약속하였다.

회의는 조류인플루엔자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 ‘광역전염성 인플루엔자의 대비 및 경감 구상’을 승인, 이에 대한 국제 협력과 공조를 합의하고 조류인플루엔자의 확산억제 및 인체감염의 예방을 위한 APEC 회원국 간의 협력강화 및 기술지원, 신속 대응 능력 개발 등을 확인하였다.

다음으로 회의는 고유가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에너지 시장의 공급과 수요에 함께 대응함으로써 신속히 대처키로 합의하였다. 그 구체적 내용으로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증진 및 교역 확대와 에너지 기술개발 촉진 등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에너지 보존 및 다변화 조치를 통한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 감소 및 석유산업의 투기수요 억제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하였다. 회의는 또한 에너지 자원의 개발 및 기후 변화 이슈를 강조하며 ‘UN 기후변화회의’를 환영하였다.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은 특히 반부패 운동에 대한 협력을 확인하였다. 부패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관료 및 개인, 이들을 부패시킨 자 및 이들이 불법으로 취득한 자산에 대한 도피처를 거부하고, 국제 거래를 포함하여 뇌물에 연관된 자를 기소하기 위한 역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선언의 말미에서 회의는, 무역 자유화 및 경제 성장에 따른 혜택의 공유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사회 경제적 격차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 연구에 합의하였다. 또한 역내 경제 발전에 있어서 여성의 의미 있는 기여를 인정하고, APEC의 모든 회의체의 활동에 있어서 여성참여 문제를 포함하도록 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향후 회원국 간 기술혁신 및 첨단기술의 공유가 중요함을 강조하였으며 APEC 개혁 논의를 계속하도록 각료들에게 지시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WTO DDA 협상에 관한 APEC 정상 특별성명’

APEC 회의는 ‘WTO DDA 협상에 관한 APEC 정상 특별성명’을 통해 DDA 협상의 진전을 강력히 촉구하였다. WTO는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4차 각료회의를 개최하고 우루과이라운드에 이은 새로운 협상을 DDA(도하 개발 아젠다) 협상으로 결정한 바 있다. DDA는 다자간 무역 자유화 협상으로서 WTO는 2006년 말까지 어떻게든 DDA 협상을 타결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WTO는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된 5차 각료회의에서 협상 타결에 실패하였으며 오는 12월 홍콩에서 6차 각료 회의를 예정하고 있으나 이 역시 결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차 각료 회의는 농업 및 비농산물(공산품, 수산물 등) 시장 접근 분야의 관세 축소 세부 원칙 확정, 서비스업과 무역 규범 등 ‘분야 협상’을 구체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APEC 회의에서는 WTO DDA 협상의 진전을 강력히 촉구한 것이다.

이번 APEC 정상들은 도하 개발 아젠다 협상이 다자무역체제를 강화하고 세계 경제 성장을 증진하며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비견될 수 없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였으며 DDA 협상의 성공을 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달성하기 위한 전세계적인 동반자관계의 주요한 요소로 간주하였다.

APEC 정상들은 DDA 협상과 연관되어 있는 정치적인 도전을 직시할 것임을 약속하고 협상의 성공적 타결을 위한 공고한 기반이 홍콩에서 마련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정치적 지도력과 결의를 천명하였다.

특히 정상들은 2010년 까지 농업 보조금을 철폐하기로 합의하였는데 이는 유럽연합에 상당히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은 농산물 수출시 정부가 보조금을 따로 지급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계속 논란이 되어 왔던 문제이다. 따라서 이번 APEC의 결의는 유럽연합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참고) APEC 회원국 : 한국,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중국, 차이니즈 타이페이, 홍콩, 러시아, 베트남 (이상 아시아 13개국), 캐나다, 미국, 멕시코, 칠레, 페루(이상 미주 5개국), 호주,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이상 오세아니아 3개국) 등 21개국

이종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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