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한총련 방북대표 황선씨, 7년만에 북녘 땅에

“당신은 약간 섭섭하게 느낄지 모르지만 7년만에 북녘 땅을 밟게 됐다고 생각하니 우리 결혼식 전날보다 더 떨립니다.”

1998년 8월 평양에서 개최된 8ㆍ15 통일대축전에 한총련 대표로 북한을 방문했던 황선(31)씨는 금강산에서 개최된 남북 대학생 상봉 모임에 명예손님 자격으로 참석을 앞두고 지난 20일 남편 윤기진(30)씨에게 보낸 공개 편지에서 실로 오랜만의 방북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황씨는 1998년 8월 7일 평양에 들어가 그해 11월 3일 귀환한 직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으며 이듬해 4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는 작년 2월 서울 덕성여대에서 경찰의 원천봉쇄 속에서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남측 본부 의장을 맡고 있는 윤씨와 결혼식을 치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황씨의 이번 방북은 한총련 첫 여학생 의장인 송효원(22)씨의 방북에 가려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7년 전 불법 입북 혐의로 재판까지 받았던 황씨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 방북한 것은 장소가 평양이 아닌 금강산이라고 해도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저도 그랬습니다. 누가 방북한다고 하면 축하하면서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부러워했습니다. (1998년 8월 북한에서) 오랜 날수를 머물러 놓고도 그렇게 샘이 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지난 시절 방북길에 오르는 지인과 동료들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부러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범청학련 북측본부 의장도, 해외본부 의장도 서울의 행사장을 활보하건만 여전히 어느 땅에서고 당신은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번에 함께 북녘 땅을 밟지 못한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황씨는 편지에 수배자 신분인 남편이 없어 ‘모자(母子)가정’을 꾸려야 하는 자신의 고달픔도 털어 놓았다.

“조금 더 참아야지요. 누구보다 크고 깊은 그리움일테니 견딜 이유로 충분합니다. 새삼 당신의 이름도 달고 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때론 모자가정의 슬픈 생활이 힘겹기도 하더니 통일운동가, 그대와 결혼하길 잘 했습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