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화폐개혁’ 후 화장실에 찢어진 구화폐 널려

북한이 지난달 30일 화폐개혁을 실시한다고 공포하면서 북한 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북한 내부소식통에 의하면 12월 2일부터 닷새 동안에 걸쳐 화폐교환을 실시하고 7일부터 신권 유통을 시작하기로 했다.


가구당 10만원까지 100:1로 화폐 교환이 가능하고 그 이상은 1000:1로 교환된다. 10만원 이상은 사실상 화폐교환 가치가 10분의 1로 떨어진 셈이어서 주민들은 재산을 강탈당하는 기분이라고 한다.  


1992년 7월에도 북한에서는 4차 화폐교환이 있었다. 


당시에는 북한 주민들 속에서 장사가 일반화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많은 돈을 소유하지 않고 있을 때다. 그러나 일부 국경지역들과 대외무역을 하는 사람들, 또 비리가 많은 간부들은 어느 정도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 


화폐교환에 가장 당황하고 놀란 사람들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갑자기 화폐교환이라는 소식을 접하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댔다.


당시에는 1인당 300원씩으로 교환 액을 한정했다. 이마저도 없는 사람들은 아무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돈이 꽤 있는 사람들은 아까운 돈을 버릴 수는 없어서 가까운 지인들 중에 돈을 주고 교환을 부탁하고 나중에 찾아 반지기(절반씩 나누기)하자고 약속하고 돈을 바꾸기도 했다.


필자의 이웃에는 역전 앞 간이 매대에서 일하던 김진숙(48) 씨가 살고 있었다. 하루 건너 한 번씩 근무일인데 손님이 많아 수입이 짭짤했다.


김 씨에게는 당시 만원 가량 되는 돈이 있었는데 갑자기 화폐교환이 시작되자 돈 처리를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짜내다 그가 생각한 것이 돈 없는 사람들한테 자신의 돈을 나눠 주고 바꿔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는 평소에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 중 돈 없는 사람들에게 300원씩 나눠주어 바꾸게 한 후 ‘수고했다’며 100원은 본인을 주고 나머지 200원을 받았다.


일부 사람들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기관 책임자들과 짜고 기관돈이라는 변명을 대면서 교환 후 절반씩 나눠가지기도 했다. 화폐교환이 끝난 후 이런 비리들이 제보돼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는 몇몇 간부들이 교화행을 선고 받기도 했다.


당시에 화폐교환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 1992년 화폐교환이 끝나고 몇일간 공동화장실에는 찢어진 낡은 돈 조각들이 뿌려져 있었다. 돈 처리를 하지 못한 사람들이 돈을 찢어 화장실에 버린 것이였다.


아침에 출근해 직장동료들에게 그런 말을 꺼냈더니 자신의 집주변 화장실들에서 찢어진 돈 조각들을 보았다고 말했다. 


양강도 혜산시와 마주한 장백지구에 사는 중국인들 중에 북한과 무역거래를 해 북한 화폐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북한에서 보이는 곳인 국경에 나와 북한 화폐를 불태우기도 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보위부가 무서워 마음대로 말하지는 못했지만 가까운 사람들끼리 “이놈의 나라가 사람 죽인다”며 “개인주머니에 돈이 있는 게 그리도 배가 아플까”라는 말까지 주고받는 정도였다. 주민들은 아버지가 아들 주머니에 있는 돈을 강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겼다. 


그 후부터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가능하면 북한돈이 아니라 중국 인민폐나 일본 엔화로 바꾸어 보관해야 한다는 입소문이 쉬∼쉬하며 돌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생활을 침해하고 개인의 돈을 강탈하는 강도행위를 통제하고 막아야 할 국가가 직접 나서서 자국민들에게 ‘등치고 간 빼는 강도행위’를 저지르고 있으니 북한 사회야말로 두말 할 것 없는 ‘조폭사회’나 마찬가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