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공동성명 10年, 北 핵포기하게 할 복안 있나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겠다고 약속한 9.19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북한당국은 이듬해 바로 핵 시험을 감행했고요, 지금도 세계사회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특히 최근에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 자체를 거부하면서 북핵 상황이 10년 전 보다 엄중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22일 이 시간에는 9.19 공동성명 10주년을 맞아 이에 대한 의미와 향후 전망에 대해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님 나오셨습니다.

1. 2005년 9월 19일, 베이징 4차 6자회담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 핵계획의 포기와 NPT 즉, 핵무기비확산조약복귀를 약속했습니다. 이른바 9.19 공동성명이 나온 것인데요, 이 공동성명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무기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고 그 대신 미국, 한국, 중국 등 나머지 다섯 개 국가가 북한에 에너지 지원을 할 뿐만 아니라 경수로도 지어주겠다고 하는 내용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2002년 10월부터 북한에 제 2차 핵 위기가 불거지면서 우라늄 농축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해 북한은 시인을 하게 되고, 서방국가들은 제재에 들어갔던 것이죠.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북한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다가 결국은 2003년 6자회담이라고 하는 것을 시작하게 됩니다. 6자 회담을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의 결과가 2005년 9월 19일에 나온 9.19 공동성명이었습니다. 성명에는 크게 4가지의 내용이 담겨있었는데요. 첫 번째는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 이것은 곧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한다고 하는 내용이고, 북한이 NPT에 복귀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두 번째는 6개 나라 간의 경제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인데요. 여기에는 북한에 200만KW 전력을 공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 다음은 동북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하기로 약속을 했어요. 이 모든 합의사항에 대해서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의해 단계적으로 이행하도록 합의를 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의 준거틀이 만들어졌습니다. 북한이 공식적인 문건에서 자기들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아주 중요한 문건이 되겠습니다.

2. 북한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오는데요. 당시 북한이 이런 모습을 보인 이유가 따로 있었나요?

당시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그 동안 원했던 것을 거의 다 얻을 수 있는 그러한 합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9.19 공동성명에는 200만KW의 전력공급을 받을 뿐만 아니라 경수로도 제공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권도 명시가 돼 있었습니다. 또 북미관계 정상화도 들어있었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북한이 요구했던 거의 모든 내용들이 9.19 공동성명에 포함돼 있고 자기들은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만 포기하면 되는, 이익이 많이 남는 장사를 했기 때문에 여기에 합의를 한 것 같습니다.

3. 이에 따라 당시에는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10년간 별다른 성과가 나오질 않고 있는데요. 9.19 공동성명이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6자간의 불신 때문인 것 같습니다. 특히 북미 간의 불신이 굉장히 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9.19 공동성명이 나오기 직전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북한의 비자금이 숨겨져 있다는 발표를 통해 미 재무성에서 여기에 대해서 수사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북한입장에서는 미국이 대화를 한다고 하면서도 자기들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이중정책을 쓰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그래서 1년 6개월 정도 9.19 공동성명이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에 대한 불신이 커졌던 것이고 또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합의를 하고서도 뒤로 몰래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었어요. 이 같은 상황들을 종합해서보면 오랫동안 쌓여왔던 불신이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6개의 국가가 나선다고 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란 핵문제는 안전보장이사회 5개국,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힘을 합쳐 이란의 핵문제를 해결해가고 있습니다만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고 각국의 생각도 다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수 없었죠. 또한 9.19 공동성명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었습니다. 그러니까 1대 1 단계로 나눠져서 문제를 해결하기로 그렇게 합의를 했었는데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따라서 9.19 공동성명은 지켜지기는 굉장히 어려운 합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4. 관건은 북한의 행동 변화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카드를 포기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저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자기들의 재래식 무기로는 미국과 대결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대적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재래식 무기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자기들도 대량살상무기, 핵, 화학무기나 생물무기 등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어야 미국이 침략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따라서 북한과 미국 간의 완전한 의미에서 서로 침략하지 않는다고 하는 불가침 조약이라든가 내지는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북한은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5. 북한의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갑기만 합니다. 얼마 전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경제제재 이상의 수단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여기서 경제제재 이상의 수단은 무엇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요?

경제제재로 북한 핵을 포기시킬 수 없다고 하는 생각은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 돼 있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북한에 경제제재를 해봤자 김정은은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을지언정 항복은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거든요. 케리 장관이 얘기했다시피 경제제재를 해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에 그 이상의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지금까지 경제제재를 보면 무기 생산과 관련된 거래는 못 하게 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경제행위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인력도 수출하고 있고 해외에 가서 식당을 경영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어요. 개성공단도 여기 포함되고, 관광수입으로도 수익을 많이 올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제재 수단이라는 것을 군사적 공격의 의미로 보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은 주로 자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재를 했었는데 이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일본, 중동 등 모든 국가들이 북한과 경제적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과연 남의 나라 주권을 훼손하면서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북한과 거래를 하는 국가들은 미국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실 세계 모든 국가들이 미국과 거래하지 않고는 살 수 없어요. 특히 중국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죠. 따라서 이런 것들이 굉장히 큰 경제제재수단이 되지 않겠습니까. 보통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2차적 보이콧(쟁의와 직접 관계가 없는 거래선을 보이콧하는 일)이라고 부릅니다. 이란의 경우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했었습니다. 이것은 핵 협상과정에서 미국이 사용한 방법인데 이것을 북한에다 적용을 하겠다고 나오고 있어요.

또 한 가지는 김정은이나 북한의 엘리트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를 해서 김정은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죠. 이 방법이 리비아의 카다피가 사살되는 과정에서 행해졌습니다. 아무튼 군사적인 수단이 아니더라도 북한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수단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6. 미 행정부와 의회 간 이란 핵 협상을 둘러싼 대결이 고비를 넘기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공간이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동안 ‘북핵 비관론’만 확산되어 왔던 미국 내에서 이런 논의가 다시 재개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란 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지만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됐기 때문에 북한문제도 외교적으로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러나 북한과 이란은 상황이 매우 다른 것 같습니다. 이미 북한은 핵을 다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2012년에 북한의 헌법에도 자기들이 핵보유국이라고 명기해놨어요. 따라서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앞서 얘기한 것처럼 특히 미국 공화당에서는 북한과 핵미사일, 핵무기개발, 아니면 돈세탁, 상품 위조, 마약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과) 연관 있는 제3국에는 제재를 가해야 된다고 강하게 나오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북한을 보는 눈은 이란을 보는 눈과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이 됩니다. 말씀하신대로 북핵 비관론은 오히려 미국 내에서 더 확산이 돼서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생각을 압도하는 분위기라고 보여 집니다.

7.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9.19 공동성명 10주년을 맞아 북핵 세미나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6자회담 구성원은 모두 유엔 회원국이라며 유엔 결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일각에서는 이런 발언이 핵 시험 가능성을 시사한 북한에 대한 시진핑 지도부의 강경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맞는 말씀이죠. 왕이 외교부장이 상당히 강한 톤으로 얘기했습니다. 북중관계가 심상치 않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특히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다든가,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에 중국은 대단히 난처한 입장에 처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연히 유엔안보리 제재가 논의될 것이고 중국은 유엔안보리 제재 참여국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북중관계는 자연히 나빠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북중관계가 나빠지는 것은 중국의 국가이익에도 맞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전에 그런 불씨를 제거해야 하는 것이 중국의 입장인 것이죠.

그래서 이런 외교적인 수사뿐 아니라 실제 있어서도 중국의 경제적인 압박이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0월10일 당 창건 70주년 행사에서 미사일 발사라든가 심지어 핵 실험까지 할 수 없도록 중국이 사전에 단속을 하고 있다,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봐야 될 것입니다.

8. 6자회담에 대한 내용이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의 약속 파기와 도발이 지속되면서 일각에서는 6자회담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는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6자 회담 무용론이 지금 나온 것은 아닙니다. 오래됐습니다. 왜냐하면 북한 핵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북미 간의 깊이 있는 대화도 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북중 간 신뢰가 향상된 것도 아니고 남북대화도 잘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6자회담에서는 9.19 공동성명도 내놓고 여러 가지 합의를 내놨지만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회담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북한이 6자회담에 나왔을 때 핵을 폐기해야 하는 것을 천명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에 대해서 반발을 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6자회담이 개최된다고 할지라도 북한이 반발하는 상황에서는 유용한 합의를 도출할 수 없기 때문에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9. 관련해서 6자에서 북한을 뺀 5자 회담을 해야 한다, 그도 아니면 미국-중국-한국-북한이 함께 하는 4자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대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박사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저도 6자회담보다는 4자회담이 낫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4자회담은 1997년 12월에 열렸었습니다. 항구적인 평화통일을 위한 회담이라고 해서 4자회담이 개최는 됐었습니다만 4자회담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미국, 중국, 한국, 북한은 사실 정전협정의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서명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 4개국은 당사자 국가이기 때문에 당연히 4자회담이 돼야 되는 것이고 여기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돼서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합의만 된다면 매우 좋은 회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역시 여기에도 북미 간 신뢰회복, 북미 간 서로 진정성 있는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10. 관건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의 인식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이 있느냐 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지금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작동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목적입니다만 아직까지는 남북한이 신뢰를 쌓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그런 전제조건 비슷하게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굉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사실 핵·경제 병진노선은 이미 김정은의 전략으로 굳어져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포기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엄청난 지원을 한다든가 북한이 핵이 필요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핵·경제 병진노선을 김정은이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고 특히 우리 한국정부만의 전략이나 정책만 가지고 그것을 포기시키긴 쉽지 않을 것이고 주변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을 압박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남북 간의 대화입니다. 남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스스로 풀겠다는 그런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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