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北 육담집(음란소설) 유행 김정일 취향 때문

북한 개성공단에서 여성용 속옷을 만드는 한 기업이 올 6월 속옷을 입은 외국 여성모델들의 사진을 포장지에 쓴 게 화근이 돼 공장 문을 닫을 뻔 했다.

북측으로부터 “어떻게 이런 사진을 쓸 수 있나”라며 강한 항의를 받게 된 것. 밀고 당기는 신경전 끝에 결국 여성으로 구성된 포장작업 근로자 외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일절 금지하는 밀실(密室) 작업을 조건으로 이 기업은 공장을 계속 가동할 수 있었다.

이 사건만을 보면 북한 당국이 남녀문제에 매우 보수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북한 사회 당 간부들의 성 문화는 비교적 자유롭다. 말이 자유롭지 사실은 퇴폐적인 구석도 많다. 과거에는 ‘입당’을 미끼로 여성들을 유혹하는 경우가 많았다. 탈북자들은 “북한 간부들은 권력을 이용해 첩을 두는데, 자신들끼리 속 얘기를 할 때 ‘첩’이 없다고 말하면 구실 못하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말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 간부들 사회에서는 남녀관계를 음란하게 묘사한 서적이나 영상물이 유행했다. 지금은 외부 사회의 포르노물이 그것을 대체하고 있지만 그 전까지는 간부들이 남녀간의 노골적인 성 행위를 묘사한 ‘육담집’을 비공식적으로 돌려보고, 관련 테이프까지 유통시켰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북한에서 노골적인 성적 표현을 담은 이야기들을 ‘육담’이라고 부른다. 북한에서 성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책이나 음성테이프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96년 김정일의 함북 명천군에 있는 칠보산 시찰이 계기였다고 한다.

당시 칠보산 사찰에 있는 강사(승복 차림의 해설원)가 김정일 앞에서 부부바위의 유래에 대해 설명했다. 그 바위는 전장에서 돌아와 서로 포옹하는 모양이어서 이와 관련한 남녀의 전설이 유래한다. 김정일은 성적인 내용이 진하게 담긴 강사의 해설을 들으며 거듭 재미있게 잘 설명한다며 칭찬해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구월산과 룡문대굴을 비롯한 새로 개발되는 명승지들에서 앞을 다투어 바위나 봉우리들에 성적인 내용의 이름을 붙이고, 김정일의 방문을 대비했다. 여기서는 상상하기 힘든 우스운 이야기지만 북한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리고 김정일의 방문 때에는 강사들이 일부러 남녀 애정 표현을 담은 내용들을 집어 넣어 설명했다.

2002년 4월 19일 김정일이 첫 개발한 `송암동굴(용문대굴)’을 돌아보면서 해설강사 김명옥이 들려주는 남근석(남자의 성기를 닮았다는 자연석)과 종유석(여성의 가슴을 닮았다는 바위)에 대한 해설을 듣고 크게 웃으며 만족했다고 한다. 김정일은 동굴을 돌아보고 난 다음날에 해설강사 김명숙에게 결혼식상까지 보내주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결혼식 상을 내린 것도 참 기가 막힌 이야기다.

김명숙의 설명을 들은 김정일이 한참을 웃다가 “너는 결혼 했는가”라고 물었다. 김명숙이 아직 하지 못했지만 마음을 주고 있는 사람이 이 동굴 관리원으로 있다고 답하자, 김정일이 “그럼 됐구나. 내일 날 잡아서 결혼식 올리라”고 했고, 실제 김정일의 결혼식 상이 내려지자 부랴부랴 가족들을 모아놓고 식을 올렸다.

◆ 북한 공식 출판사에서 육담집 출판=이런 기류를 타고 1998년 북한에서는 첫 육담집인 ‘칠보산 전설집(금성청년출판사)’이 출판됐다. ‘칠보산 전설집’은 첫 출판된 북한의 성 관련 이야기 모음집으로 내용이나 취지에서 ‘소녀경’ 수준의 재미있는 성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북한의 여러 이야기집에 도가 지나친 음란한 내용들이 실리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예술종합출판사에서 ‘금강산 무아경’이라는 음란소설 수준의 이야기 집을 출간하였다.

간부들을 위해서는 특별히 ‘육담집(문학예술종합출판사)’이라는 제목의 책을 비공개로 출판하여 보급하기도 했다. 간부전용 ‘육담집’은 부피가 대형 사전과 같다. 남쪽 기준으로도 완전한 음란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0년에는 중앙방송위원회 남녀 아나운서들이 출연한 육담 테이프까지 만들어 간부들 속에 보급하기도 했다. 내용은 음란 테이프 수준이었다.

김일성 시대에는 육담이 아니라도 성적 관련 이야기들이 공식적으로 돌지 못하는 풍토였다. 김정일 시대에 이러한 출판물이나 테이프가 제작된 것은 순전히 김정일의 개인 취향 때문이다. 김정일의 취향을 무조건 따르는 북한의 정치풍토가 사실 음란 관련 출판이나 영상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북한판 음란서적의 특징은 성적인 내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 졌으며 주로 봉건시대 양반관료들의 주색잡기, 봉건시대 기생들을 소재로 남녀간의 성행위를 밀도 있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이야기책이나 음성녹음 테이프라고 해도 성적자극이나 내용면에서는 남한의 포르노에 못지않다.

◆ 90년대 초반 간부용 영상 제작=북한에서 처음 성적인 표현이 들어간 영상은 뮤직비디오 테이프였다. 이 테이프가 어떤 용도로 제작됐는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간부들이 눈 요기 용으로 제작했다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의 생활가요에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여성들이 등장해 춤을 추는 것이었다. 주로 왕재산 경음악단 배우들과 일부 방송연극단 배우들이 출연했다.

북한노래 ‘아침도 좋아 저녁도 좋아’, ‘처녀시절’, ‘옹헤야’ 같은 노래들에 비키니 복장을 입은 여배우들이 나와 춤을 추면서 촬영한 것들이다. ‘아침도 좋아 저녁도 좋아’같은 노래에는 한 명의 방송연극단 남성배우와 십여 명의 여성배우들이 출연했다.

그러나 외부의 포르노가 북한에 유입되면서 이러한 육답집이나 영상물은 자취를 감추었다. 북한에 유통되는 포르노는 대다수 중국에서 제작된 것들이다. 이미 1997년 이후부터 밀수꾼들이 몰래 들여왔다. 이 포르노의 가장 큰 구매층은 바로 군과 정권기관 간부들이었다.

최근 북한에서 포르노물의 CD 한 장을 빌려보는데 1시간당 1500~2000원이라고 한다. 중학교 학생들이 집단으로 돈을 모아 포르노를 보는 것이 유행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를 단속하고 있지만 겉과 속이 다른 전형적인 모습이다.

개성공단에서 북한 당국이 속옷 입은 여성 모델의 포장지를 문제 삼은 행동이 얼마나 앞 뒤가 다른 행동인지 탈북자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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