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절 지방 北주민 “차분한 하루…명절이라고 생각 안 해”

북한 정권수립일인 9월 9일 평양에서는 수만 군중이 김일성 광장에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600명이 넘는 외국 축하사절단까지 찾아 떠들썩했지만 지방에서는 비교적 차분한 하루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북도와 양강도 등 국경 도시들에서는 ‘특별경비’가 발효돼 보안기관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렇다할 군중 행사 없이 보냈다고 한다.

양강도 소식통은 전날(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번 9.9절은 꺽이는 해(정주년)를 맞았음에도 지방은 성대하게 행사를 조직하지 않았다”면서 “노동신문을 보면 몇 달 전부터 아리랑 공연(빛나는 조국)이 준비되고 외국에서도 축하모임을 진행했다고 떠들썩하게 나오는데 여기서는 동상 참배를 끝내고 일부는 농촌동원에 나갔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혜산시에서는 간부들을 중심으로 9.9절 기념행사와 ‘삼지연 살림집꾸리기’ 성과 보고 등 경제건설에 매진하자는 교양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정은이 참관한 대규모 군 열병식과 기념행사를 하루 지난 10일 오전에 녹화 방송했다. 노동신문도 이날 김정은이 손을 들어 열병 중인 군인들에게 답례하는 사진을 담은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소식통은 “명절공급이나 행사들도 눈에 띄게 있지도 않았고, 주민들은 가을(추수)과 관련한 동원으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너무 더운 날씨 때문인지 곡물이 잘 자라지 않아서 가을걷이 걱정이 많다”면서 “농장원들은 개인 몫이 줄어든다는 걱정 때문에 감자 한 알이라도 허실할세라 바쁜 일손을 재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백로(9월8일)가 지나면 확실히 기온이 떨어지면서 추위를 재촉하기 때문에 전국에서는 농촌동원이 우선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만, 보안기관들(보위부, 보안서)에는 8일과 9일 양일간 특별경비 지시가 내려졌고, 화재 등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건, 사고 예방을 위해 위해 김부자 동상과 사적지, 주요 공공건물에 대한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수년 전부터 정권수립기념일에 명절 특별공급이 나오지 않으면서 이제는 국가기념일 수준으로 그 의미가 격하됐다고 소식통들은 지적한다.

소식통은 “명절이라고 하루 놀아 버리면 겨울에 열흘을 굶게 된다”면서 “농사도 좋지 않은데 기념행사라고 동원하면 좋아할 사람도 없고, 마음이 내켜서 가는 사람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9일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에 북한의 핵능력을 과시하는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지 않자 우리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발전에 좋은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