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11. ‘UA93기’ 승객들 절규 마지막 32분 공개

“메이데이~메이데이”(기장)
“신사 숙녀 여러분, 기내에 폭탄이 있습니다. 자리에 앉으십시오”(테러범)
“죽기 싫다, 살려주세요”(기장)
“움직이지 마, 닥치고 머리 숙여”“알라신이 가장 위대하다”(테러범)

영화 대본처럼 보이는 이 상황은 2001년 9.11 테러 당시 펜실베이니아 들판에 떨어져 승객 33명과 승무원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나이티드항공 93기가 추락하기 전 마지막 32분간 상황이 담긴 항공기 조종실 녹음내용이다.

이 녹음 내용은 12일 미 연방법원에서 9.11사태로 미국 내 유일한 기소자인 알카에다 조직원 자카리아스 무사위에 대한 배심원 선고공판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녹음내용은 테러 당시 테러범들의 잔인함과 승객들의 처절한 생존 몸부림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 9월11일 오전 9시31분

테러범들이 비행기 조종실에 들이닥치자 기장은 “메이데이(Mayday)”를 외치며 긴급구조요청신호를 보냈으나 테러범들은 금세 기장을 밀치고 조종간을 잡는다.

이 과정에서 다른 조종사는 테러범에 폭행을 당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해치지 말라””살려주세요”를 외치며 애원했다.

순식간에 조정실을 제압한 테러범들은 기내 방송을 통해 “신사 숙녀 여러분, 기내에 폭탄이 있습니다. 자리에 앉으십시오”라고 방송을 내보냈다.

조종실에 있던 기장과 승무원들이 계속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테러범들은 “움직이지 마” ”닥쳐” ”앉아” ”머리 숙여”라고 윽박지르며 승무원들을 위협했다.

▶ 오전 9시37분

조종실에 있던 테러범들이 기내 장악이 완료됐다고 파악했는지 한 테러범이 “됐다. 돌아가자”라고 말하자 다른 테러범도 “모든 게 잘됐다. 나는 끝냈다”라고 대꾸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당초 뉴욕공항을 이륙해 샌프란시스코로 행하던 항공기를 곧 워싱턴 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워싱턴에 있는 의사당을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

▶ 오전 9시57분

테러범들의 기내 장악이 시작된 후 약 26분이 지난 후부터 위협을 느낀 승객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승객들이 조종실로 진입하기 위해 움직이자 한 테러범이 “싸움이 발생했느냐”고 묻고 다른 테러범이 ‘그렇다”고 답해 승객들의 행동이 시작됐음을 알린다.

승객들의 행동을 파악한 테러범들은 승객들을 제압하기 위해 비행기를 좌우로 마구 흔들자 비행기는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 테러범이 “그들이 (조종실로) 들어오려고 한다”고 외치자. 다른 납치범이 “안으로 못 들어오게 해”라고 말해 기내 상황이 긴박해졌다.

기체를 좌우로 흔들며 승객들을 제압하려고 했으나 이미 비행기 두 대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했다는 소식을 핸드폰으로 전해들은 승객들은 죽기 살기로 테러범들을 제압하기 위해 조종실 진입을 시도했다.

이러자 한 테러범이 “여기서 끝장낼까”라고 말했고, 다른 납치범은 “아직은 아니다. 그들이 모두 들어오면 끝내자”라고 말했다.

▶ 오전 10시00분

승객들의 저항이 계속되자 조종실 밖에 있던 테러범이 “나 다쳤어”라고 외쳤고, 한 승객이 “조종실 안으로, 우리가 하지 않으면 우리는 죽을 것”이라며 “행동개시(Roll it)”라고 외쳤다.

그러자 안에서 “못 들어오게 막아”라고 소리쳤다. 조정실 밖에서는 “밀어, 밀어”라는 고함소리가 뒤섞이면서 승객들의 필사의 저항은 계속됐다.

▶ 오전 10시02분

비행기가 7천피트(2천120m)로 고도를 낮추자 조종실에서는 ‘위로 올려” “아래로 내려”라며 갈팡질팡하자 한 테러범이 “나에게 맡겨”라고 고함치며 비행기 조종간을 밑으로 내렸다.

▶ 오전 10시03분

비행기가 급강하 하자 조종실 안에선 아랍어로 “알라신이 가장 위대하다”는 테러범의 외침과 함께 “노~노~노~노~”라는 승객들의 절규가 이어졌지만 잠시 후 펜실베이니아 들판에 ‘꽝’하는 폭발음 소리와 함께 모든 상황은 종료됐다.

승객들이 저항하지 않았으면 이 비행기는 워싱턴의 의사당이나 백악관으로 돌진했을 수도 있었다.

이 녹음내용은 재판 과정에서 시뮬레이터로 제작돼 배심원들의 이해를 도왔으나 일부 유가족들의 반대로 언론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박영천 기자 pyc@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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