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제9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번 당대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치 방식과 권력을 정비하고 공고히 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 노동당 대회는 단순한 회의가 아니라 앞으로 나라를 어떻게 운영할지 방향을 정하고, 간부들의 자리도 정리하는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다.
내부에서는 급격한 변화를 선언하거나 대대적인 숙청을 하는 자리는 아닐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신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 5년 성과를 강조하고, 조직과 인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31일 데일리NK에 “이번 당대회는 새로운 노선을 과감하게 내놓기보다는, 지금의 체제를 안정적으로 굳히는 데 목적이 있다”며 “원수님(김 위원장)식 통치 구조가 여전히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요즘 당국이 가장 신경 쓰는 건 청년층인데, 이들이 예전처럼 조직 안에 자연스럽게 묶여 있지 않고 장사나 개인 살림에 더 관심을 두면서 조직의 말이 예전만큼 먹히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부에 있다”면서 “그래서 당대회를 계기로 청년들을 다시 조직 안으로 끌어들이고 규율을 재정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청년들이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같은 조직을 통해 국가의 통제를 받는 구조가 기본이었는데, 시장 활동이나 개인 돈벌이에 관심을 두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조직 통제가 느슨해졌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청년들을 다시 조직 안으로 끌어들이고, 규율과 질서를 다시 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기조에 맞춰 언론·출판·선전 부문은 이미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8차 당대회 이후 약 5년간의 정책 성과를 부문별로 정리하고, 이를 ‘새 단계’로 이어가는 서사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이를 바탕으로 청년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전선동 작업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소식통은 “원수님의 영도 예술과 국가 운영 성과를 종합적으로 기록하는 방향이 이미 하달됐다”면서 “당대회를 계기로 이를 공식화하려는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선전용 성과를 뒷받침하기 위한 건설 완공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12월 중순 전원회의에서는 당대회 전까지 미결 중요 대상 건설을 마무리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는데, 여기엔 평양 화성지구 4단계, 삼지연 관광지구, 의주·신의주 일대 시설, 일부 지방 곡물 저장 시설 등이 주요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전원회의에서는 실질적인 효율을 강조했지만, 당대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현실적으로는 정치적 성과를 우선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각급 당위원회의 사업총화(평가) 역시 이런 흐름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사업총화는 간부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되지만, 과거처럼 공개적인 숙청이나 대규모 문책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점진적인 교체와 재배치의 근거로 쓰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식통은 “사업총화는 누굴 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굴 계속 쓰고 누굴 빼낼지를 정리하는 과정”이라면서 “전반적으로 관리형 인사 조정에 가깝다”고 전했다.
간부 규율과 질서 확립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 고위 간부에 대한 문책은 상징적인 조정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고령이거나 현장 지도에 부담이 되는 인물,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부문 책임자들이 일부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중앙위원·후보위원 6명이 소환된 것도 “경고와 재정렬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식통은 “체제를 흔들 만큼 강한 조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당규약 개정안도 주요 승인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다만 개정의 초점은 대남 관계보다는 조직과 간부 사업, 경제 노선 정비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대한(대남) 관련 조항은 원칙적인 표현을 다듬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핵심은 조직 운영과 인사 관리 규정을 정리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당대회에서 당 규약을 개정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명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오히려 북한에서는 개정하더라도 중요한 문제로 두지 않거나 혹은 내부 부칙에만 추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전원회의에서 강조된 ‘새로운 변혁 단계’ 역시 급격한 개혁이나 방향 전환을 의미하기보다는, 현 체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단계라는 설명이 내부에 전달되고 있다.
소식통은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계를 나눠 안정적으로 가겠다는 뜻”이라면서 “중앙과 지방 간부들이 이를 분명히 인식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차기 5개년 계획 초안에서도 이런 현실 인식이 반영되고 있다. 국방·군수, 농업, 에너지, 중공업이 핵심 분야로 제시됐고, 병원·약국·주택·지방 공장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분야도 포함됐다.
소식통은 “당장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한 단계에서 세 단계 정도 도약할 수 있는 분야 위주로 계획이 구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대회 대표자 구성은 이미 지방에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검증과 추천을 통해 충성심과 집행력, 연령 구조를 고려한 인물들이 선발됐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도·시·군 단위에서는 12월 중 (인원 선발이) 대부분 정리됐다”면서 “당대회는 이렇게 이미 짜인 판을 공식화하는 절차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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