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축전 성과와 의미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시동을 걸다” 6.15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평양에서 열린 공동행사가 끊어졌던 남북관계의 복원을 의미했다면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열린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민족대축전’은 남북간 화해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행사로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도착한 북측 대표단은 첫 공식일정으로 6.25전쟁 당시 총부리를 겨눈 희생자들이 안치된 국립현충원을 분단 후 처음으로 참배함으로써 전쟁으로 얼룩진 한민족의 역사를 뛰어 넘었다.

북측 자문위원인 림동옥 제1부부장은 “현충원 (참배) 결정은 어려운 것이었고 언젠가는 넘어야 할 관문”이라며 “6.15 시대에는 모든 것을 초월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해 이번 행사에 임하는 북한의 고뇌와 의지를 피력했다.

북측의 파격은 이번 행사 내내 이어졌다.

북측 대표단은 사상 처음으로 국회를 방문했고 입원중인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병문안하면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방북초청 의사를 전달하는 등 남측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이같은 북측 대표단의 행보에 남측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메시지로 화답했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14일 개막식 축사에서 “이제부터 우리는 본격적으로 분단과 정전상태를 청산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양측의 이같은 적극적인 행보와 더불어 이번 행사는 해외의 친북인사뿐 아니라 친남인사들도 동참, 이전의 남북간 공동행사와 달리 해외동포 사회에서도 통일을 향한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특히 반독재 활동 등으로 친북인사로 분류되면서 국내 입국이 불허됐던 반체제 인사 10여명도 입국이 허가돼 한반도에서 냉전의 그늘이 하나씩 걷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방문에서 남과 북, 해외대표들은 항일 애국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한목소리로 일본의 과거만행과 재침야욕을 규탄하는 대일(對日) 성명을 발표해 민족공조를 한껏 과시했다.

또한 민족어의 총결정체로, 남과 북의 이질화된 언어를 통합하는 기초를 마련하고 통일국어대사전의 디딤돌이 될 ‘겨레말 큰사전’ 공동편찬 합의문(요강)이 발표된 것도 성과로 평가된다.

남북 통일축구는 시민들의 뜨거운 참여 열기로 ‘대∼한민국’의 구호가 ‘조∼국통일’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등 그야말로 민족의 잔치 마당으로 승화됐다.

행사 내용도 민족대행진을 비롯해 개막식, 남북 통일축구경기, 민족통일대회, 경주시내와 행주산성 참관, 체육.오락경기, 부문별 상봉행사,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 요강 발표, 축하연회 등 다채롭고 알찬 프로그램으로 짜임새를 높였다는 평가다.

남측준비위원회 백낙청 상임대표는 “통일은 단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한걸음 점진적으로 나가는 과정”이라며 “이번 8.15민족대축전으로 통일을 향해 몇 걸음을 내디디게 됐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특히 “북측 대표단이 현충원을 찾아간 일은 이번 8.15축전의 하이라이트로 평양 6.15축전 때만해도 상상도 못했던 극적이고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여지없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북측준비위원회 안경호 위원장은 “이번 대축전은 온 겨레의 열렬한 지지속에 성과적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하면서 “민족끼리 힘을 합쳐 6.15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거족적인 조국통일 대행진을 더욱 줄기차게 벌여 나가자”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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