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축전 단번 도약한 한반도

지난 나흘동안 광복 60돌을 맞는 한반도는 단숨에 분단을 뛰어넘었다.

반세기 동안의 대립과 갈등이 언제였던 듯 순식간에 너무도 많은 사건이 벌어져 미처 정신을 차릴 새도 없었고 ’그림의 떡’으로만 여겨졌던 숨가쁜 변화로 마치 통일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닷새동안 일어난 변화들에는 대부분 ’처음’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말복의 열기보다 더 뜨거웠던 한반도의 변화는 13일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MDL)에서 시작됐다.

이날 MDL에서는 작년 6월 16-30일 임진강 말도∼판문점 구간을 시작으로 3단계에 걸쳐 이뤄진 선전물 철거 작업이 마무리된 것.

아울러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우발적 무력 충돌을 막으려고 남북 한이 설치.운영하기로 한 서해 ’군사 핫라인’도 이날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14일에는 분단 사상 처음으로 김기남 노동당 비서 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의 공식적인 당국대표단과 민간대표단이 8.15민족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에 도착했다.

한반도를 떠들썩한 하이라이트는 북측 대표단의 서울 국립현충원 참배.

북측 당국 및 민간 대표단 32명이 첫 공식 일정으로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북의 ’원수’나 다름없는 남쪽의 순국선열들에게 묵념, 상상하기 어려웠던 ’기적’이 일어난 셈이다.

6.25전쟁을 거쳐 대립과 갈등으로 얼룩진 남북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킨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날 남.북.해외 대표 700여명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평화공원에서 월드컵경기장까지 ‘민족통일 대행진’을 벌였고 광복 60돌을 기념하는 민족대화합 축제인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축전’이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 개막됐다.

광복절 당일에도 남북관계의 새로운 변화가 이어졌다.

평양 상봉장과 남측 상봉장을 광통신망으로 연결한 화상상봉시스템이 처음으로 공식 개통되면서 40가족이 이산의 한을 달랬다.

같은 시각 8.15민족대축전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은 남.해외 대표단과 함께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방문, 일제에게 희생된 열사들을 기리고 일본의 침략야욕을 규탄하는 ‘대일(對日) 성명’을 공동 발표했다.

더욱이 이날 오후 10시께에는 북한 남포선적의 9천t급 화물선 대동강호가 분단 55년만에 처음으로 제주도-추자도 해역을 진입한데 이어 2시간 늦게 2천750t급 황금산호가 진입, 제주해협을 통과했다.

16일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북측 대표단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방문,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각 당 대표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김기남 노동당 비서는 이어 폐렴 증세로 입원 중인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게 쾌유를 비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했고 곧바로 1박2일 일정으로 ‘천년고도’ 경주로 향했다.

이날 남.북.해외 대표들은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 호텔 등에서 10개 부문별로 상봉행사를 진행했으며, 오후 6시께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폐막식을 갖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어 남북 통일축구 여자경기가 열렸다.

17일 북측 대표단은 청와대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예방해 오찬을 함께하고 인천국제공항에서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귀환, ’남북관계 대변화’의 드라마는 더 극적인 후속편을 뒤로 한채 일단 막을 내린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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