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경축사 남북관계 변화 줄 내용 없을 것”

이명박 대통령이 올 8·15 경축사에서 남북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대북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정부가 기존 대북 기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8.15 경축사를 통해 대북 메시지를 밝혀왔다는 점에서 지난해 ‘통일세’ 제기에 이어 중요 메시지가 담길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지난달 남북비핵화회담에 이어 북미회담으로 이어진 단계에서 남북관계 변화를 주도할 메시지가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최근 정부가 민간의 대북지원을 허용하고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50억원 규모의 대북 수해지원을 결정해 향후 이산가족상봉행사 등 남북관계 개선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특히 북한도 최근 이 대통령 실명 비판을 줄이는 등 대남 강경 태도가 다소 완화된 측면을 보여 이러한 기대감을 높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되 기존 대북정책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대북 제안 대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문을 열겠다는 진정성이 확인되면 북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즉,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14일 “(이번 8.15)경축사에서 원칙적 차원에서의 대북정책 등이 거론 될 것”이라며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만한 내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특별한 메시지가 없다는 것은 기존 해오던 대북정책 기조를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이 현재 진정성있는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북 메시지 표명이 북한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작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대북 지원이 재개되고 북한이 대남 비난 수위가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이 경축사를 통해 전향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만큼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앞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2일 이 대통령 주재한 통일고문회의에서 대북 원칙론이 강조되는 분위기였다는 참석자들의 전언 역시 정부내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남북이 어렵다고 해서 길이 없는 것이 아니고, 어려울 때도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렇게 얘기하면 ‘요즘 뭔가 있는가 보다’ 하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어서 해명하자면, 세상만사가 그렇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8·15를 기점으로 대북 원칙파로 분류되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교체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연임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최근 통일부 장관 교체설이 나오는 데 교체 움직임에 대해 느끼지 못하고 있다. 현 장관이 계속 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대북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쪽에서 장관 교체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장관 연임은 기존 대북정책 유지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정부 안팎에서 현재 대화재개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번 경축사에서 유화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신중한 입장에서 남북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급하게 의욕적으로 하려고 하면 역기능이 있을 수 있다. 여유를 갖고 현 상황을 침착하게 보면서 대응하는 것이 좋다”며 “남북대화를 이어가려는 의지는 충분히 있지만 신중하고 사려 깊게 해야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 대화재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하면서도 북한이 비핵화 관련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대북 정책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김성환 외교장관은 지난 12일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지난달 개최된 비핵화 남북 대화와 미북 대화를 통해서 한미 양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대화재개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을 포함한 모든 핵활동의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중단 확인 동시 이행 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고위 당국자도 “천안함·연평도 문제가 비핵화회담의 전제조건은 아니나 그 문제는 비핵화회담의 진정성이나 6자회의에 영향을 주는 요소임은 분명하다”면서 “북한이 해야할 것은 구체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이어야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