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국군포로, 北 보위부 심한 최조받다 사망

▲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 ⓒ데일리NK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8일 “국군포로 박봉근(82)씨가 재탈북하는 과정에서 남쪽 가족들과 통화한 죄로 조사 받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중국에서 남한에 사는 가족과 전화통화를 한 후 무산에 있는 가족들을 데리러 북한에 다시 들어갔으나 소식이 끊겼다는 것.

최 대표는 “북한 보위부가 남쪽의 이산가족 면담 신청자 중에 국군포로 박씨의 가족이 있는 것을 알고 박씨를 연행해 조사했으며, 그 과정에서 남쪽 가족과의 전화통화 사실이 드러나 심한 취조를 받아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9일 보도했다.

전북 고창이 고향인 박씨는 1947년 국군에 입대해 50년 6월28일 인민군 포로가 됐으며, 북한으로 끌려간 후 수용소 등을 전전하다 함북 무산광산에서 광부로 일해 왔다.

박 씨는 납북자 유해발굴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던 최 대표의 주선으로 작년 3월 중국에서 남쪽의 동생들과 55년 만에 전화통화를 통해 생사를 확인했다.

박 씨는 전화 통화에서 “고향집 뒤뜰에 느티나무가 있었지. 봉주, 봉두, 봉식이 막내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구나”라고 오래전 기억을 되살렸다고 한다. 이에 동생들은 “아, 형님이 맞네요. 이게 얼마만입니까”고 반세기 만에 전화로 극적인 상봉을 했으나 이 통화가 끝내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박씨는 가족을 데리러 북한으로 되돌아 갔고 남쪽의 동생들은 작년 7월 적십자사를 통해 이산가족 면회 신청을 했다. 6.25 참전용사인 동생 봉식씨는 “형님과 통화한 후 소식이 없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은 했지만 사망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그때 북한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었는데”라고 애통해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