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통일운동’ 등장 후 한국사회 갈등구조로 변질”






▲계간 시대정신 2011년 여름호
한국사회는 2008년 쇠고기 파동과 2010년 천안함 폭침 등을 둘러싸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최근에는 4대강, 신공항, 과학벨트, LH공사 등 국책사업 선정과 공기업 이전 문제를 둘러싼 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사회 악성 갈등구조가 시작된 것은 1980년대 민주화 시대 이후부터라는 진단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최근 발행된 ‘계간 시대정신’ 여름호(통권 51호)에 실은 ‘한국사회 갈등의 역사적 배경’이란 제목의 특집논문에서 “오늘날과 같이 한국의 정치와 사회가 갈등의 악성구조로 변질되기 시작하는 것은 80년대 이후 민주화시대를 경과하면서부터”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60~80년대 민주화 갈등, 80~90년대 노사 갈등이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국민을 더 높은 수준의 통합으로 이끌었던 반면 “최근의 갈등에는 통합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갈등은 분열을 낳고 분열은 더 큰 갈등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성립된 듯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분열이 증폭된 시기를 1980년대 ‘민족’ 개념을 중시한 통일운동의 등장 이후라고 말했다. 해방 후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한국인들을 새롭게 통합하는 정치철학의 범주로 ‘국민’이 형성됐는데, 80년대 이후 통일운동을 견인했던 ‘민족’이란 거대 범주에 의해 해체되면서 갈등의 악성구조가 성립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민족’ 범주가 ‘국민’ 범주를 압도한 상징적 사건으로 2000년 ‘우리민족끼리’의 통일을 선포한 남북정상회담을 꼽고, 한국인을 하나의 질서로 통합해 온 ‘국민’이라는 범주에 커다란 균열을 발생시킨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잡지는 또 최근 지역갈등의 양상과 복지를 둘러싼 갈등, 정치와 종교 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특집좌담’을 통해 다양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현재 지역 간 갈등은 “국토불균형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각 지자체의 낮은 재정자립도로 인해 지방정부에 재정을 나눠줄 수밖에 없는 상황은 구조적으로 지역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영훈 교수도 대담에서 “현재와 같이 모든 권한과 재정을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대선 때마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욕심에 눈이 먼 후보자들이 지역개발의 공약을 내건다면 국민을 분열시키는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라며 “최대한 지방분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국세의 상당 부분은 지방세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복지문제에 대해 박능후 경기대 교수는 “복지를 확대할 때 갈등을 일으킬 소지에 대해 전문가가 개입해 사전에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지금 정치권에서의 복지논쟁은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다보니 본질과 어긋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새로운 복지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재원조달과정에서 갈등이 유발될 소지가 크다”며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선심성 공약에 대해 재원마련에 대한 방안을 밝힐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이슬람채권법(일명 수쿠크법)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기독교 간의 갈등이 불거진 현상에 대해 “종교단체 역시 여타 집단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이익집단이며 정치집단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정교분리 원칙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좌담 참석자들은 현실적으로 종교를 일반 사회조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일견 동의하면서도 종교와 정치에 대한 국민 기대가 같을 수 없고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범주를 넘어선 서로의 간섭은 지양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잡지는 이밖에도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 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아프리카 중동의 민주화운동’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의 ‘북한인권법 제정과 북한인권정책의 추진방향’ 등의 글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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