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상 중인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이 이번 주말께 북한을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태풍은 2010년 큰 피해를 입힌 태풍 ‘곤파스’와 유사한 특징을 보이고 있어 북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흥진 기상청 차장은 4일 브리핑에서 “태풍 ‘링링’이 6일부터 8일까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태풍은 ‘강한 바람’이 특징으로 서해안 등 해안가 지역은 최대 시속 160km에 이르는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태풍은 북한에 농작물 낙과, 양식장 피해, 건물 및 주택 붕괴 등 직접적인 재산 피해를 낼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링링’의 경로와 강도 등 그 특징이 2010년 태풍 ‘곤파스’와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곤파스도 9월 초에 발생했으며 최대순간 풍속이 초속 52m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북한은 이례적으로 태풍의 북상 소식을 여러 차례 보도하며 ‘태풍 경보’를 내리고 태풍과 이로 인한 홍수 피해를 받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방송하기도 했다.
태풍 곤파스가 소멸된 후인 2010년 9월 15일 조선중앙통신은 “곤파스의 영향으로 수십 명이 사망하고, 8380여 세대의 살림집이 파괴돼 많은 사람들이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뒤늦게 피해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통신에 따르면 태풍 ‘곤파스’로 인해 북한 일부 지역에서 송전선이 끊어지고 수원지와 상수도망이 파괴돼 전기와 식수 공급이 중단됐으며, 교통 두절로 식량과 의약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주민 피해가 상당히 컸다.
또한 2010년 곤파스의 영향으로 도로가 유실되고 철길 6200㎡의 노반이 무너지는 등 교통 두절로 인한 피해가 가장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민들에게 식수, 식량, 의약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후속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당시 9월 초에 당대표자회가 예상 돼 있었지만 교통 두절로 지방 대표자들이 평양으로 오지 못하자 이를 연기하기도 했다.
2010년 북한에서 태풍 ‘곤파스’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평안남도 평성 출신 탈북민은 5일 데일리NK에 “당시 태풍 피해가 꽤 컸었다”며 “태풍으로 인한 복구 작업만 2년 정도 걸렸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집집마다 지붕이 다 날아가고 담이 무너져서 당장 집에서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며 “그 해 겨울이 유난히 추웠는데 비닐막과 거적으로 겨우 겨울을 났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태풍 곤파스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은 없었고 복구작업도 각 지방의 기관기업소들과 개인이 알아서 재건 작업을 해야했기에 복구 기간이 오래 걸렸다는 게 이 탈북민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하는 등 큰 피해를 입은 평안북도 지역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헬기와 해군 함정을 보내줘 아이를 낳은 산모들을 무사히 구조했다는 선전에만 몰두하기도 했었다.
당시 태풍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매우 커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유엔에 신속하게 구호 요청을 했으며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냉랭한 남북관계 속에서도 남측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태풍 ‘링링’은 2010년 ‘곤파스’보다 위력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태풍이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간다면 북한 지역의 피해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은 “태풍이 오면 북한은 뾰족한 대비책 없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키어왔다”면서 “이번 태풍 링링이 현재 예상대로 강력한 바람으로 북한을 강타한다면 올 가을 농작물 수확량이 급감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조 연구위원은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태풍 피해로 인해 식량 수확량이 감소한다면 북한 시장에서 농작물 가격의 급등과 이로 인한 경제 악화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