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北간첩 8명 北송환은 美정부 개입으로 이뤄져

1978년 5월 강원도 거진 앞바다에서 생포된 간첩 8명의 북송 과정에 미국 정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외교통상부가 10일 공개한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북한 도발사건에 관한 이 외교문서에 따르면, 5월19일 아침 동해상 속초 남방 27km 앞바다에서 북한 무장 선박이 정선 명령에 불응하고 도주하다 한국 해군에 의해 격침된 뒤 승무원 8명을 생포하 사건이다.

정부는 이들 선박에서 무기를 발견했고 이들을 간첩으로 발표했지만, 이후 미 국무부와 주한미국대사 대리가 잇따라 대북 송환 의사를 밝혀 결국 6월13일 이들을 북한으로 송환된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 주미대사가 외무부 장관에게 보낸 전문에 따르면 미 국무성 한국과 관계자는 사건 발생 13일 만인 6월1일 주미대사관 신모 참사관을 만나 “생포한 8명이 한국측의 조사 결과 어민임이 밝혀진 이상 앞으로 문제 발생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견지에서 이 사람들을 가능한 조속히 귀환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977년 7월 북한이 미군 헬기 승무원을 조기에 송환했던 ‘헬리콥타 사건’도 언급했다고 주미대사는 본부에 보고했다.

이어 6월2일 스턴 당시 주한미대사 대리가 이문용 외무차관을 찾아 유사한 요청을 했다. 당시 면담 요록에 따르면 스턴 대사 대리는 “면담 용건은 한국측이 생포한 북괴인 8명에 대해 한국 정부가 조속히, 그리고 호의적인 처리를 해주도록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은 이들이 무해한 침입자로 보이므로 다소의 의문점이 있다 해도 인도적인 견지에서 이들 전원을 석방해 본 건을 종결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돼 한국 정부의 호의적인 결정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괴가 9할 이상의 피랍 한국 어부를 석방했고 ▲1977년 7월 미군 헬기 승무원을 조기에 송환했고 ▲북괴인을 잡아둔다고 해서 정보 목적에 더 이상 도움이 안 된다 ▲북괴인 송환시 세계 여론에 좋은 효과가 있을 수 있고 ▲향후 한국 어부 석방에 도움이 되고 ▲북한이 대응 보복조치를 암시한 바 있다 등의 근거를 들며 “가능하면 다음 군사정전위 회의(6월7일 개최 예정) 이전에 석방 여부에 대해 결정을 해달라”고 통보했다.

이 차관은 이에 대해 “미국은 이들을 어떤 종류의 사람으로 보며, 이들이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달라”고 물었고, 스턴 대사 대리는 “미국은 이들을 어부로 본다”며 “이들이 타고 온 배는 8노트짜리 어선으로 AK47 자동소총을 휴대했으나 간첩으로는 보기 어렵고 영해 침입자(infiltrator)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특히 이 차관은 “한국측은 이들을 이미 간첩으로 발표한 바 있으므로 석방이 그리 용이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스턴 대사 대리는 “이들을 석방함에 있어 간첩인지 아닌지 여부를 반드시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단순히 인도적인 견지에서 석방하는 것이라고 발표하면 될 것”이라며 훈수를 뒀다.

면담 이후 외무부는 대통령, 국무총리, 중앙정보부장, 국방부 장관에게 스턴 대사 대리와의 면담 결과를 보고했고, 결국 6월7일 국방부는 “선박은 북괴 인민무력부 직속 612 전차수리공장 소속 군용선이고 간부급은 AK 소총과 권총 등으로 무장했다”면서도 “정선 명령에 불응하고 선제공격을 자행한 잘못을 뉘우치고 가족이 있는 점을 감안해 인도적 배려에서 송환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13일 판문점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갔다.

중앙정보부를 비롯한 정부가 1978년 10월 판문점 인근에서 발견된 제3땅굴을 대북 규탄과 정권 홍보의 계기로 삼으려 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