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공동성명 45주년…남북합의 상호 존중해야”

오늘로 7·4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45년이 됩니다. 1972년 7월 4일,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발표된 7·4 공동성명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란 ‘조국통일 3대원칙’과 북남 간 비방 중상 및 무장도발 금지, 군사적 충돌 방지 대책 마련, 다방면적인 교류, 적십자회담 개최 등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내용이 담긴, 분단 27년만에 나온 최초의 북남합의 문서였습니다.

당시 공동성명 발표로 북남 인민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과 기대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러나 북남 당국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7·4공동성명을 발표했던지라 서로가 저들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바람에 공동성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조국통일 3대원칙으로 내세운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에 대해서도 북남 간에 해석이 달랐습니다. 적십자회담만 지루하게 했을 뿐 북남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만한 교류나, 별다른 조치들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7·4공동성명이 김일성이 현명하게 이끈 결과로 탄생했다’며 그의 위대성선전에만 매달렸습니다. 또 ‘7·4공동성명을 실천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과 이해, 끊임없는 교류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7·4공동성명을 휴지장으로 만들었다’며 남측을 비난하는 데만 열을 올렸습니다. 결국 7·4공동성명은 변변한 성과 한 번 내지 못하고 북남 인민의 상처만 깊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도 발표됐고 2000년 6·15공동선언, 2007년 10·4정상선언까지 수많은 합의들이 있었지만 북남 관계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 당국이 남한과의 합의를 정치적 이해관계 따라 전술적으로 이용할 뿐, 북남관계를 발전시키는데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세로는 남북 간의 어떠한 합의도 존중될 수 없고 실현가능성 또한 없습니다.

상징성만 띠는 7·4공동성명 같은 것이 수백 개 나온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실천입니다. 7·4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다방면적인 교류’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실천한다면,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7·4공동성명 발표 45돌을 맞으며 그동안 합의된 내용만이라도 충실히 이행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