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 탈북자도 ‘화상상봉’ 권리있다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의 합의에 따라 광복 60돌을 맞아 남북 이산가족들의 시범 화상상봉이 이뤄졌다. 정부는 이번 화상상봉을 성과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계속할 의지를 표명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북남 흩어진 가족, 친척들 사이의 시범 화상상봉’이라는 기사를 내고 “시범 화상상봉은 북과 남의 흩어진 가족, 친척들이 멀리에서도 화상으로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혈육의 정과 안부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으로 하여 온 겨레에게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남과 북이 공히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하는 잔치마당에 소외된 이산가족들이 있으니, 그들의 마음은 아프기만 했다. 바로 7천명에 육박하는 남한의 탈북자들이다.

탈북자들은 21세기 新이산가족

이들은 대부분 1994년부터 악화된 식량난과 북한당국의 정치적 압박 때문에 가족, 친척들과 헤어져 그리운 고향땅을 떠난 사람들이다. 제3국에서의 삶이 불안했기에 늘 가시밭길을 걷는 듯했고, 때마침 우리를 받아주는 ‘새로운 조국’이 있음을 알고 그 품에 안겼다.

이들이 8월 15일 이산가족들의 화상상봉을 시청하며 북한에 남겨져 있는 가족과 친지들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사무치는 그리움을 모른다.

이유가 어떻든, 각자의 사연이 어떻든, 탈북자들도 이산가족이다. 또 대한민국 국민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새터민’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가면서까지 대한민국 국민으로 끌어안으려 하는 21세기의 새로운 이산가족 ‘탈북자’들의 화상상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탈북자들을 화상상봉에 동참시키는 것은 탈북자들의 인간적 권리이기도 하지만,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인권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물론 자신이 남한에 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않은 탈북자도 있겠지만,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가족들의 생사확인을 위해 화상상봉 정도는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탈북자 가족 화상상봉, 北 가족 안전 위한 길

두말 할 것도 없이, 7천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 친지들을 자유롭게 상봉하는 날은 김정일 정권이 물러나고 북녘에 자유와 민주의 새날이 열릴 때 가능하다. 대다수 탈북자들은 그날을 학수고대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허나, 조건이 허락한다면 그 이전에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도 의미있는 ‘인권사업’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통일이 정치가 아닌 민족애에 기반한 사업인 것처럼, 가족을 만나보는 일도 그 어떤 정치적 조건을 묻지 말고 인권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김정일 정권도 양심적 세계 인민들의 여론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탈북자 가족에 대한 생사확인과 화상상봉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그들을 쉽사리 탄압하기도 압박하기도 힘들 것이다.

요컨대, 7천 탈북자들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 친척들과의 화상상봉을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요구를 마땅히 받아 줄 것이라 믿는다.

이주일 논설위원 (평남 출신, 2000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