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만 송이 국화꽃 밟고 천국계단 오르소서

선생님, 황장엽 선생님!


어찌된 일입니까? 어찌 이렇게 서둘러 가려 하십니까?
 
북한민주화와 7천만 민족통일의 크나큰 과업이 태산처럼 남아있는데, 선생님 벌써 떠나려 하십니까?


2300만 동포들을 노예로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3대 세습’으로 전 인류를 저렇게 우롱하는 용서못할 정권이 살아 있는데, 선생님, 왜 바삐 떠나려 하십니까?


아직 이북에는 선생님의 가족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이렇게 선생님을 떠나보내야 하는 저희들은 참으로 비탄한 심정입니다.
선생님, 부끄럽습니다. 죄송합니다.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황장엽 선생님,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1997년 2월 12일 선생님은 베이징 한국총영사관에서 대한민국 품으로 오셨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통일을 하기 위해 조국의 다른 한쪽인 대한민국을 택했다”며 전 세계를 향해 망명 일성을 알렸습니다.
그것으로, 선생님은 남북간 60년 체제경쟁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7천만 우리민족과 전세계에 온몸으로 증명하셨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오셨습니다. 김정일독재정권은 수백명의 암살조를 보내고, 탱크를 동원하여 대한민국 영사관으로 돌진하려 했습니다.   


당시 대한민국 정부와 김영삼대통령은 선생님을 끝까지 보호하고 안전하게 모셔오기 위해 중국 지도부와 살얼음판 협상을 벌여, 끝내 선생님을 모셔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승리였습니다.


선생님께서 한국에 오신 후 북한의 전체주의 세습독재정권의 진상이 만천하에 공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60년 북한독재정권에 가장 강력한 치명타가 가해졌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북한 세습정권의 종말도, 사실상 선생님의 한국망명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弔辭를 읽는 저도 황선생님을 뵙고 평화통일문제와 관련하여  통찰력 있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황선생님의 놀라운 ‘시대 통찰력’과 한반도평화통일전략은 안타깝게도 빛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은 10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내야 했고, 지금도 그 후유증이 남아 있습니다.


선생님은 감옥과 같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大철학자로서의 품격을 일관되게 보여주시며, 역사에 남을 두 가지의 큰 일을 하셨습니다.     
첫째는 전체주의 세습독재를 끝내고 북한을 민주화하여 남북한을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것입니다. 황장엽 선생님은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한 大전략을 대한민국에 남겨주셨습니다.
 
둘째는 황장엽 선생님이 개척하신 인간중심철학을 많은 분들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황선생님의 좌우명은 “개인의 생명보다 민족의 생명이 귀중하며, 민족의 생명보다 전 인류의 생명이 귀중하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세계공동체-. 황선생님은 후대들을 위해 그 꿈을 만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일생과 자신의 철학을 일치시키는 삶을 일관되게 보여주셨습니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이와 같은 ‘시대의 큰 스승’과 이별해야 하는 슬픈 시간에 와있습니다. 


선생님, 황장엽 큰 선생님
저희들은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아직 돌아가시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읽고 있는 이 弔辭도 미완성입니다.
 
앞으로 3대 세습 독재정권이 끝장나고
‘김일성 광장’이 ‘평양 민주광장’으로 바뀌는 그날,
지금 선생님께서 들고 계시는 ‘북한민주화의 깃발’이 ‘평양 민주광장’에 힘차게 꽂히는 그날, 그 새벽에,


저희들은 선생님의 지금 이 영정을 다시 모시고,
비로소 선생님을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남북한 7천만 추모객이 모두 모여,
통일의 노래를 부르는 그날,


선생님, 눈부신 아침햇살을 받으시며,
7천만 송이 국화꽃을 밟으시며,
웃는 얼굴로 편안히,
천국의 계단으로 오르십시오. 


선생님, 황장엽 큰 선생님
저희들은 알고 있습니다.


오늘 이 순간 이후에도, 통일로 가는 큰 길에는,
항상 선생님이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저희들은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 황장엽 큰 선생님
부디 잠들지 말아주십시오.
남북 7천만 민족통일의 그날까지,
저희들을 인도해주십시오.


황장엽 선생님,
대한민국은 선생님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故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장 통일사회장 장례위원회 위원장 박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