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북핵폐기를 위한 `초기이행조치’ 로드맵이 만들어진 지 만 하루도 지나기 전에 남북대화 재개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남북은 15일 개성에서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 실무대표접촉을 가질 예정으로, 남북 당국간 대화가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인 작년 7월 11∼13일 부산에서 열린 제19차 장관급회담을 끝으로 단절된 지 7개월 만에 복원되는 것이다.
대화 재개에는 6자회담에서 긍정적 결과가 도출된 게 많은 영향을 미쳤겠지만 남북 모두 이와 상관없이 대화 재개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그동안 여러 경로 통해 대화 재개 요청” = 13일 베이징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남북대화 재개는 시간문제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6자회담 타결 소식이 전해진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장관급회담 실무대표접촉 날짜가 잡힌 것은 그동안 남북 간에 꾸준히 물밑 접촉이 진행돼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그동안 북한이 여러 경로로 대화 재개를 요청해왔지만 6자회담 결과를 봐야 한다며 기다리라 했다”고 밝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북한이 이처럼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것은 올해 들어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경제 재건을 위해서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달 1일 발표한 공동사설에서 “우리는 경제문제를 푸는 데 국가적 힘을 집중하여 선군조선을 번영하는 인민의 낙원으로 꽃피워나가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지난달 20일 “남조선 당국은..(중략)..현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하고 화해와 협력, 통일의 길로 나가기 위한 응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응당한 조치’란 미사일 발사 이후 유보된 쌀과 비료의 지원을 재개하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실제 북한은 그동안 여러 경로로 남북대화 재개를 요청하면서 `미사일 문제 때문에 쌀 지원 논의를 유보했는데 남쪽이 출구가 마련되면 재개를 논의한다는 입장이니 6자회담이 열리면 출구가 마련된 것 아니냐’고 밝혀왔다고 신 차관은 소개했다.
◇남측, 6자회담 결과 나오기 전 대화 제안 = 북측 못지않게 남측의 대화복원 욕구도 강했지만 그동안 국민 정서상 북핵문제의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대화를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북측의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남측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방침을 바꾼 것은 지난달 16∼18일 이뤄진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 간의 베를린회동 이후로 보인다. 베를린회동에서 차기 6자회담에서 일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남측은 6자회담이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12일 북측에 장관급회담 실무대표접촉을 제안했다.
회담 결과가 나오기 전이었지만 상당한 진전 혹은 합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만약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제안은 유지됐을 것이라는 게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신 차관은 “이번에는 6자회담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 전망했고 또 한편으로는 설령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남북관계의 교착상태를 더 이상 둘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가 1년 남았는데 이 기간 (남북관계를) 불가역적 수준까지 올려놓아야 한다”며 “이 동력이 다음 정부, 그 다음 정부까지 유지되려면 많은 것을 합의하고 이행해야 한다”면서 대화에 서둘러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남북이 이처럼 서로의 필요에 의해 대화에 나서면서 당분간은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남북관계 특성상 돌발 변수가 많고 특히 북핵문제와 단단히 연동돼 있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상황을 유지할 지는 불투명하다.
통일부 양창석 대변인은 “그동안 정부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발전을 병행 추진한다는 원칙으로 일해왔다”면서 “남북대화 재개는 6자회담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