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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12월 11일 북한 고정간첩 조창희에 의해 자행된 KAL(YS-11)기 납치사건의 미귀환자 11명 중 정경숙(당시 23세, 여승무원) 씨가 북한에 생존해 있다고 오빠 정현수 씨가 밝혔다.
‘세계인권선언 60주년대회’ 일환으로 1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969년 KAL기 납치사건: 북한인권 다큐시사회’에서 증언에 나선 정 씨는 “2001년 제3차 이산가족 상봉에 나타난 성경희(납치 당시 여승무원) 씨가 그녀의 모친 이후덕 씨와 만난 자리에서 ‘정경숙 씨와 (북에서) 한동네에 살고 있다’고 말한 것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01년 상봉 당시 성 씨 가족들이 성 씨에게 케익을 먹으라고 하니, ‘집에 가지고 가서 정경숙 씨와 함께 먹겠다’고 말해 동생의 생존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씨는 “2006년 6월 북측 적십자사를 통해 확인했을 때 북한은 ‘생사확인 불가’ 입장을 통보해 왔다”며 “북한은 여전히 KAL납치를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001년 11명의 KAL납치자 중 유일하게 성경희 씨를 어머니 이후덕 씨와 평양 고려호텔에서 상봉할 수 있도록 허가한 바 있다.
이날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대표 황인철)’ 결성식과 함께 진행된 행사에서는 KAL납치자 실태를 다룬 다큐영상 ‘열하나, 아픔’도 상영돼 당시의 상황과 가족들의 아픔을 전했다.
납북자 이동기 씨의 장남인 이종성 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 살아계신다면 아버님은 90세가 다 되셨을 텐데, 생사확인도 되지 못해 제사도 못 지내고 있다”며 “나는 정치 이념은 모르나, 북측은 인도적 차원에서 하루 빨리 생사확인이라도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황인철 회장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2007년 입수한 외교부 비밀문서를 이날 공개했다.
이 자료는 납치 피해 당시 포터 주미대사가 한국 외무부 장관에게 보낸 자료로, KAL기 납북사건과 관련해 포터 대사가 국무성 마샬 차관보에게 보고했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당시 한국정부는 총 51명의 납치자 전원이 송환되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미국과 협의 끝에 일단 39명만 돌려받고 나머지 납치자는 추후에 노력한다고 결정하고 말았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는 KAL사건에 관한 정보 일체가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