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평양의 일부 계층만 시청 가능했던 만수대채널을 일반 주민들에게도 허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많은 주민들이 최근 살기 힘들다고 말은 하면서 적지 않은 돈이 드는 만수대통로(채널) 설치에 극성이다”면서 “지역 체신소(우체국)에서는 ‘국가 일도 이렇게 열성내서 하면 영웅메달도 탔겠다’고 핀잔을 주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텔레비전 통로는 공식적으로 ‘조선중앙TV’가 있다. 그외 평양 인근에서만 수신할 수 있는 ‘만수대 방송’과 ‘교육문화방송’, 그리고 ‘개성 방송’도 있다. 여기서 만수대 방송에서는 매주 금, 토 밤에 중국을 비롯한 구(舊) 동구 영화를 상영, 주민들의 청취율이 높았고, 최근 북한 당국이 시청을 허가한 것이다.
소식통은 “황해도 지역에서는 개성통로가 잘 잡히지 않아 웬만하면 만수대통로를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또한 중앙텔레비전은 재방송도 많고 재미가 없는데, 것에 비해 만수대 통로는 세계소식을 접할 수 있고 외국영화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이 만수대통로를 허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흡수 전략’이 우선 꼽힌다.
소식통은 “이 통로를 보기 위해서는 설치비만 650위안(元, 북한돈 85만 원 정도)을 내야 한다”고 전했다. 북한돈이 아닌 위안화로 납부를 강요하면서 외화확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650위안은 현재 북한 시세에 따라 계산해 보면 약 쌀 200kg를 살 수 있는 돈이다. 일반 주민들에게는 큰돈이지만, “국경지역에서도 요즘 돈 좀 번다는 사람들은 만수대통로를 설치하려고 나선다”(양강도 소식통)고 한다.
소식통은 “(당국이) 이만한 돈이면 설치하겠다고 나서는 주민들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가격을 결정한 것 같다”면서 “외국 영화에 대한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당국도 알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결정은 북한 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주민들의 외부 정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 당국은 외부 정보 취득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 및 기기를 통제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허가해야 하는 부분이 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몰래 시청해왔던 영화를 이제는 당국이 맘 놓고 볼 수 있는 길을 열어놨으니, 주민들의 정보에 대한 욕구도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