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만에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생전처음 같이 밥 먹는거야”

남북 이산가족 행사에 북측이 주최한 환영 만찬이 20일 오후 7시 17분부터 금강산호텔 연회장에서 시작됐다. 65년 만에 헤어진 가족이 처음으로 식탁에 함께 앉았다.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 가족 등 197명은 이날 상봉한 북측 가족 185명과 함께 2시간 동안 저녁 식사를 같이하며 그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재천 씨는 옆 테이블에게 감격스럽다는 듯 “생전 처음 밥을 먹는 거다”고 이야기했다.

신 씨는 동생 금순(70)씨의 손을 꼭 잡으며 “보고 싶은 마음은 한도 끝도 없다”며 “생전 고모 소리 한번 해보지 못한 우리 딸한테 보여주려고 사진기도 가져왔다”고 말했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60여 년 만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에 연신 서로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아흔이 넘은 노인인 김한일(91) 씨도 연신 먹을거리를 여동생 김영화(75) 씨에게 덜어주고 자신의 팔이 닿지 않는 거리에 있는 건 아들 종성(56) 씨에게 전해주라고 말했다. 김영화 씨는 부끄러운 듯 괜찮다고 오빠의 팔을 밀치지만 만면엔 미소가 가득했다.

사촌인 김종성 씨와 김명천씨는 서로 건배하며 “고맙다”, “맥주 잘 마시냐”고 물으며 별거 아닌 이야기에도 웃음을 터트리면서 65년 만에 먹는 가족 간의 식사를 즐겼다.

유관식(89) 씨도 딸 유연옥(67) 씨, 사촌 유옥녀(63) 씨와 저녁을 즐기며 연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연옥 씨와 옥녀 씨는 “아버지 맛있게 드세요”라며 떡과 닭튀기를 집어 주는 모습에는 따듯하고 애틋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한신자(99)씨는 식사 내내 딸들 먹는 것을 챙기며 “어서 먹으라”고 말했고 딸 김경실(72), 김경영(69)씨는 고령으로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닭고기를 떠먹여 드렸다.

한편, 환영 만찬을 끝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 첫날 일정은 모두 종료된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내일(21일) 숙소에서 오전에 2시간 동안 개별상봉을 하며 곧이어 1시간 동안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가족끼리만 식사하는 일정이 마련된 것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