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만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누기에 2박 3일, 11시간의 만남은 너무 짧았다. 3년 4개월 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이 25일 오전 9시부터 1시간 동안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진행된 ‘작별상봉’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작별상봉 시작 전부터 ‘또 다시 이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곳곳에서 이산가족들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 작별상봉이 시작하자 가족들은 사진을 찍고 손을 꼭 잡고 ‘고향의 봄’ ‘가고파’ ‘잃어버린 30년’ 등의 노래를 부르며 흐느꼈다. 작별상봉 종료 안내방송이 나오자 행사장에는 오열과 통곡이 터져나와 눈물바다가 됐다.
“우리 64년 만에 만나는 건데 이렇게 이별이래. 어떡하면 좋아”라며 연신 눈물을 흘리는 남측 가족 김사분(75) 씨. 김 씨는 북측의 언니 김태운(81) 씨를 만났다. 동생 사분 씨는 작별시간이 다가오자 언니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자리를 일어서는 언니를 동생은 끝내 놓지 못하고 “아이고 언니, 우리 언니”라며 오열했다.
북측의 오빠 리현우(83) 씨와 만난 남측 가족 이정우 할머니는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며 “우리 오빠, 또 언제 보지”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정우 할머니는 리현우 씨를 태운 북측 차량이 정차해있자, 창가 쪽으로 뛰어가 까치발을 들고 오빠와 마지막 손을 잡고 유리창 쪽으로 얼굴을 갖다대면서 “오빠 건강해. 오빠. 오빠”라며 통곡했다.
2차 상봉단 중 유일한 부녀상봉자인 남측 가족 남궁봉자 씨는 아버지 남궁렬(87) 씨에 “아버지, 조금만 일찍 만났으면…”라고 하자 아버지는 “내가 (네 엄마를) 기다렸는데, 조금만 일찍 만났으면 좋을 걸”이라며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만 흘렸다.
북측 최고령자 박종성(88) 씨를 만난 남측 여동생들은 버스에 탑승한 오빠를 보기 위해 창밖으로 내민 오빠의 손을 부여잡고 “오빠, 오빠, 우리 오빠, 나 오빠 없이 어떻게 살지. 오빠”라며 오열했다. 또한 북측에 있는 오빠를 만난 박정옥 씨는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르잖아. 언제나 볼려나, 이게 마지막이잖아”라며 오열했다.
북측 상봉자 리종성(85) 씨의 남측 동생 이종신(74) 씨는 “형님 한번 업어드리겠다”며 깡마른 형 종성 씨를 업어서 상봉장 문 앞까지 갔다. 동생 종신 씨는 “형이 겉은 말랐는데 발은 퉁퉁 부어있었다”며 거동이 불편한 형의 건강을 걱정했다.
남측 가족 김두인(78) 씨는 작별 상봉 후 떠나는 버스에 탄 북측 형 김화인(85) 씨에게 “형님, 이제 마지막”이라며 “하늘에서는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사랑한다”라며 작별 인사를 했다.
차량에 탄 북측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남측 가족들이 “어디 계셔”, “안 보여”라며 애타게 찾자 북측 보장성원들은 “몇 번 가족 찾으시냐” 확인한 뒤, 차량에 탄 북측 가족들에게 안내해주기도 했다.
남측 이산가족 김종섭 단장은 작별상봉에서 이산상봉 정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나이 드신 분들이 이렇게 아쉽게 헤어지신다. 이런 분들, 가족들 만나려는 분들 많이 계시다”면서 “이산가족 정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북측 리춘복 단장은 “아직 포기하지 말고, 북남관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라고만 답했다.
한편 북측 이산가족들은 10일 전 평양에 집결해 사전 교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가족을 만난 한 남측 가족은 “10일전에 모였다고 하더라”라면서 “평양의 좋은 곳들이랑 마식령 스키장이랑 다 데려가서 보여주고 우리가 이렇게 잘 산다며 체제선전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