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간 그리워하고 30년 신청 끝에 만납니다”

“방안에 계셨던 부모님, 누나, 동생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한데 63년만에 꿈을 이루게 됐습니다”
오는 26일부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한에 두고 온 여동생 정려(69), 정애(64) 씨를 만나게 된 홍익현(85.마산시 해운동)씨는 “30년간 신청을 했는데 이번에 기적처럼 만날 수 있게 됐다”며 기쁨의 눈물을 글썽였다.

황해도 은율군 북부면 사이리가 고향인 홍 씨는 20살 때인 1947년 7월23일 새벽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만년필 한자루를 가슴에 품고 친구랑 서울로 내려왔다.

월남한 홍 씨는 구두닦이 등으로 고학을 하면서 당시 서대문 국제대학에 입학했고 이후 군인의 길을 걷기 위해 1949년 육군 사관학교에 입대, 소위로 임관돼 학교 배속장교로 근무하다 6.25 전쟁을 겪었다.

군인으로 복무하는 바람에 졸지에 고향인 북한 땅을 다시 밟지 못했던 홍 씨는 그렇게 가족들과 영영 헤어지게 됐다.

홍 씨는 “월남한 뒤 다시 고향에 한번이라도 갔더라면 가족들을 몽땅 데리고 내려왔을 텐데..이렇게 애를 태우며 살아왔다”며 부모님을 비롯해 고향에 두고왔던 가족, 눈에 선한 고향 집을 떠올렸다.

부모님과 누나 정열씨, 여동생 정순씨, 남동생 철현씨는 고인이 됐고 당시 10살, 2살이었던 여동생 2명을 이번에 상봉하게 된다.

홍 씨는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그동안 30년간 신청을 했고 이번에도 신청자 8만7천700명 중 100명 명단에 들었으니 정말 너무 기쁘다”며 “얼마 남지 않은 이산가족들이 더 많이 더 빨리 혈육을 만나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 했다.

내달 18일 결혼 60주년을 맞아 가장 큰 선물을 받게 된 홍 씨는 늘 곁에서 위로와 힘이 돼준 아내 정윤자(80)씨의 손을 꼭 잡으며 “하나님께 감사하며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남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슬하에 3남2녀 등 20명의 가족을 둔 그는 63년간 가슴에 묻어둔 혈육을 만나기 위해 아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사랑이 가득 담긴 2박3일의 상봉가방을 싸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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